여러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 유키야 콩콩(눈이 콩콩)이라는 눈이 왔을 때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내용에는 “개는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고 고양이는 코타츠(상에 이불을 덮어서 다리를 넣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기구)에 들어가서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눈이 많이 내렸을 때 진짜로 고양이는 안 보이는데 개는 신나게 뛰어 다니고 있는 것을 보고 그 가사 내용이 떠올라 웃겼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어렸을 때까지는 눈이 오면 저도 같이 나가 놀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조그만 했던 아이들이 다 커버려 눈이 와도 밖에서 눈을 즐기는 기회가 없어졌습니다. 일본에는 1월1일 정월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크리스마스는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함께 보낸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눈이 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돼서 연인들이 분위기를 잡기에는 좋지요. 그런데 이번에 내린 폭설은 분위기를 잡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지역을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폭설은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적설량으로 차가 완전히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만큼 싸였답니다. 일본 동북 니이가타현에서는 4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 1명인 20대 여성은 집이 정전이 돼서 추위를 피해 차안에서 몸을 녹이다가 폭설에 차의 배기관이 막혀 배기가스가 차안에 가득 차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답니다. 게다가 이번 폭설 때문에 2만가구 이상이 정전이 됐다고 합니다. 일본은 아직 기름 난로를 쓰는 집이 많아서 정전이 돼도 난로를 사용하면 되지만 그래도 추위를 피하지 못해 힘든 상황에 놓인 가구들도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오늘은 어렸을 때 저희 집의 연말 모습을 떠올려 여러분께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어머니는 새해준비를 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가십니다. 저도 늘 따라갔습니다. 저는 연말의 시장의 모습을 너무 좋아했었어요. 평소보다 3, 4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와글와글 북적북적 거리는 인파를 해치며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시장을 구경했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가는 가게에 가서 새해인사를 하면 가게 아저씨께서는 저희 집이 연말에는 뭘 살지를 이미 알고 계셔서 바로 봉지에 넣어주셨습니다. 그럼 왠지 기분이 좋았어요. 게다가 세뱃돈까지 챙겨주시면 기분이 최고였지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할머니와 함께 오세치(3~4단 정사각형 도시락 통에 담아 먹는 정월음식)를 하나하나 만드셨어요. 도시락 통 하나에 보통 4~6가지 요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많은 요리를 준비하셔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회사에 다니셨는데 일본에서는 보통 30일 정도부터 정월3일까지 연말 휴가가 주어지기 때문에 29일 밤부터는 시작하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31일까지 계속 준비하셨어요, 31일 밤7시부터 가요대상 방송이 시작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마지막 음식인 토시코시소바(밤12시에 새해를 보기 전에 먹는 메밀국수)를 준비하시고 앉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새해 준비를 하느라 많이 노곤하셨던 탓인지 매년 31일 밤은 꼭 초밥을 배달 시켰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모든 것을 끝내고 가족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되면 가요대상을 보고 9시부터는 연말마다 있는 가수 남녀가 노래 대결을 하는 고하쿠우타가쎈(홍백노래대결)을 보며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이 다른 집과 다르게 특별했던 것은 새해를 종소리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뱃고동 소리로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집 앞에 있는 항구에 많은 배가 모입니다. 12시가 되기 조금 전부터 한 척씩 뱃고동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또 한척 또 한척 뱃고동을 울립니다. 마지막 12시가 되면 모든 배에서 다함께 뱃고동소리를 냅니다. 배는 예쁜 전등으로 장식되어있어서 그 풍경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모릅니다. 이렇게 저희 집 연말을 마치면 바로 연시가 시작됩니다. 일본에서는 새해에 신사에 가는 관습이 있습니다, 저희 집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집은 새해를 보자마자 신사에 갔습니다. 토시코시소바를 먹고 나면 배가 부르기 때문에 신사까지 살살 걸어서 갔습니다. 걸어가면 40분이 걸렸기 때문에 막바지 쯤 되면 힘들어서 울먹일 때도 있었습니다. 신사에 도착하면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더 대단한 것은 일본 정통의상 키모노를 입고 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키모노는 한국의 한복보다 입는 방법이 어려워서 한번 입는다면 적어도 30분은 걸리고 배운 사람이 아니면 혼자서 입기에는 굉장히 버겁습니다. 제가 입을 때는 늘 미용실에 가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도 세트로 해주시면 어머니가 10만 원정도의 금액을 계산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참 비싸네요. 신사에 갈 때 온힘을 쓰다 보니 집에 갈 때는 택시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저는 늘 차안에서 잠이 들어 버려서 아버지가 저를 업어 이불로 옮겨주시면 그대로 아침까지 잤던 기억이 납니다. 일어나 눈을 떠보면 벌써 할머니와 어머니가 새해 음식을 다 챙기시고 새해 인사를 하는 자리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우리 집의 연말 모습이었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