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쉴까? 말까? 어쩌지?) 햇곶감 포장 11일차. 포장을 한 달은 더 해야 하는데, 갈 길이 먼데 눈이 내려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침에 강 건너 마을로 가서 곶감 포장 도와주시는 절터댁 아주머니를 데려와야 하는데 가다가 오다가 차가 미끄러질까봐 걱정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설날이 빨라 더 부지런을 떨어야겠기에 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밤 눈이 날리는 것을 보고 잤기에 걱정이 되어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습니다. 혹시나 하고 밖에 나가 보니 역시나 눈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싸리비로 쓸어보니 유감스럽게도 눈이 살짝 얼어있습니다. 뜨거운 커피 한잔 마시고 덕장에서 하루 작업 준비를 하는 중 날이 밝아와 싸리비를 들고 눈을 쓸었습니다. 우리 집은 지리산 골짝 마을 산 아래 첫 집이라 눈이 오면 차량 운행이 항상 문제입니다. 마을길이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눈을 쓸지 않고 다니면 차도 사람도 춤을 추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십년 전 이사 온 첫해에는 눈이 많이 내렸는데 겁도 없이 사륜구동만 믿고 올라가다가 미끄러져 낭패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날 난장에서 산 커다란 장독을 싣고 눈이 쌓인 가파른 마을길을 올라가다가 그만 탱고를 추게 되었지요. 새벽 기온이 영하6. 땀 흘리며(눈물, 콧물 흘린 건 안 비밀) 눈을 치우고 시간 맞춰 강 건너 마을로 아주머니를 픽업하러 가는데 아이쿠 깜짝이야~ 절터댁 아주머니께서 마을 입구까지 걸어서 오셨습니다. 눈으로 차가 미끄러질까봐 걱정이 되어 그냥 걸어 오셨다네요. 길이 미끄러우니 데리러 오지 말라고 전화를 하셨다는데 깜박 폰을 집에 두고 나오는 바람에 소통이 안 되었네요.   지난 열흘 고종시 햇곶감 포장했는데 대봉 반건시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 오후에는 대봉 햇곶감을 손질했습니다. 해가 잘 드는 따뜻한 하우스에서 시작했는데 해가 넘어가니 어찌나 추운지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체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층 따뜻한 작업실 난로 앞으로 옮겨서 하면 되는데 도와주시는 아주머니 두 분이 대봉 곶감을 옮기기가 번거롭다고 하셔서 그냥 그대로 했네요. 아주머니들은 옷을 몇 겹 두껍게 입고 오셔서 하나도 안 춥다고 하시고 혼자 떨었습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눈을 치운 덕분에 오후에는 택배차도 올라왔습니다. 아직 설날이 한 달이나 남았지만 미리 하는 명절 선물세트가 많이 나갑니다. 지난해에는 실속형이 일찍 품절되는 바람에 올해는 실속형을 좀 더 준비하고 선물세트는 딱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올해는 선물세트가 조기 품절될 지도 모르겠네요. 농부에게 겨울은 농한기지만 곶감을 만드는 농부에게는 겨울이 농번기입니다. 골짝에 사는 농부는 눈이 오면 쌓인 만큼 걱정입니다. 오늘은 그래도 첫눈이라 조금은 예쁘게 봐줄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포장한 햇곶감에도 첫눈 같은 하얀 분이 내리고 있네요. 이것도 예쁘게 봐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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