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성탄절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벌써 거리마다 오색불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때맞춰 매장마다 성탄절 특수(特需)를 노리는 상술(商術)이 넘쳐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경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시장경제정책을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대학에서 경제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필자 역시 그런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뭔가 풀리지 않는 또 다른 미스터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물론 세계경제가 침체 가운데 있어서 국내경제도 하락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서지만 한국경제의 침체국면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도에서 필자 나름대로의 몇 가지 원인을 짚어보면서 대응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필자의 의견은 지극히 사견(私見)임을 일러둔다. 국내경기 침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첫 번째는 올 것이 왔다는 것이다. 그간의 고도성장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체감경기의 급냉(急冷)이 우리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았겠느냐 하는 것이다. 고도성장이 나쁘다거나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성장위주정책에 묻혀버렸고 지금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경제침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꼭 잡아야 하는 토끼를 놔두고 무조건 큰 토끼만 쫓는 것도 잘 하는 일은 아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등 따습고 배불러야 좋다고 하겠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미시경제와 거시경제를 함께 봐야 한다. 물론 먼 미래만 보고 현실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국인의 ‘빨리 빨리’ 근성이 고도성장을 가져왔다지만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인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음지에서 불평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양지로 뛰쳐나와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우(杞憂)이길 바라면서 가져 보는 두 번째 생각은 성장주도 세력들의 파업 내지는 태업 형태의 반항은 없었는지,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6,7위 경제 대국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경제인들을 폄훼하거나 산업현장에서 악조건을 참고 견디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힘(?)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낼 수 없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필자의 생각이다. 더 나가서 혹시라도 그런 기업들의 태도에 다른 어떤 권력이 개입하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촌이 땅을 못 사도록 교묘하게 방해를 놓는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이자 야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의 최우선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바른 정치의 모습은 실패한 정책에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아서 지지율이 높아져야지 상대방의 실수나 실패 덕분에 지지율이 옮겨가는 형국이라면 안정적인 표심을 얻기도 힘들뿐더러 설사 다시 정권을 잡게 되더라도 종두득두(種豆得豆)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비대위 체제에서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려고 꿈틀거리는 여당에서는 하루 속히 자중지란(自中之亂)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특정 정치인의 측근들이 득세하는 정치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당대표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전투구 속으로 빠져드는 여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점점 냉담해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좋은 때에 먹고 사는 얘기나 정치 얘기로 지면을 낭비한 것을 자책하면서 성탄의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성탄절의 주인공은 루돌프 사슴도 아니고 산타 할아버지도 아니다. 성탄절의 주인공은 아기 예수님이다. 인류의 모든 죄를 다 용서해 주시고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을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선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기쁨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내 뜻 네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새벽마다 장독대 위에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기도하셨던 우리 어머니들의 지성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쪼록 성탄의 종소리가 막연한 설렘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경종(警鐘)으로 들려지는 금년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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