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을 발효시키고 건조시켜 빻고 떡을 찌고 다시 건조하고 튀기고 조청을 바르고 쌀튀밥을 붙이고 포장까지. 전통한과를 만드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공정만 나열했지만 실제 작업은 더욱 복잡하고 많은 단계를 거친다. 여기에 방아를 직접 찧어 반대기를 만들고 조청도 직접 만든다면 그 공정은 더 늘어나고 시간은 배가된다.   함양군 병곡면 도천마을에서 한과를 만드는 서상숙 대표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한과 만드는 게 힘들다는 걸, 쉽지 않다는 걸. 시어머니가 한과를 만드셨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도 힘들어 보여 배워보라 해도 도망을 다녔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8년째 한과를 만들고 있다. 서상숙 대표가 운영하는 ‘우리농원 한과’는 100퍼센트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하여 만든 수재한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서상숙 대표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그녀가 4년의 도전 끝에 옥돌자갈 한과를 성공시켰다. 반대기를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기름 대신 돌에 열을 가해 반대기를 일게 하여 만드는 옥돌자갈 한과. 자갈한과로 이미 이름난 곳이 있지만 서상숙 대표는 차별화를 위해 옥돌을 선택했다. 맥반석부터 여러 가지 종류의 돌을 시도하여 선택한 것이 옥돌이다. “여기 오기까지 4년이 걸렸네요. 혼자 연습을 했는데 계속 실패했어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이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안되고,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랬는데 작년에 성공했죠. 올해는 완벽하게 원하는 상태로 구현돼 완성단계에 이르렀어요”   자갈유과는 담백한 맛이 은은한 단맛과 어우러져 현대인이 찾는 웰빙간식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기름유과와 달리 딱딱하거나 까칠한 식감이 그 맛을 반감시킬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그녀의 숙제. 4년의 시간을 보낸 끝에 기름에 튀긴 것처럼 고소하고 부드러운 옥돌자갈 한과가 탄생한 것이다. 그 해답은 첫 공정부터 다르게 하여 만든 반대기에 있었다. 반대기 비법은 공개할 수 없는 서상숙 대표의 영업비밀이 됐다.   옥돌자갈한과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양도 적게 나온다. 기름으로 튀기는 것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지는 생산량, 그럼에도 그녀는 제품을 미리 만들지 않는다. 모든 공정은 수작업이다.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칼로 썰어야 할 때뿐이다. 모든 재료 또한 국내산, 함양산 농산물이다. 우리농원 대표상품 중 하나인 12가지 곡물로 만든 강정도 마찬가지다. 직접 만든 조청으로 함양산 곡물 보리 율무 수수 땅콩 대추 참깨 들깨 흑미 등을 넣어 만든 강정. 처음에 주위에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수입견과류를 쓰라고 했지만 우리 것을 고집하는 그녀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12가지 우리곡물로 강정을 만든 건 잘한 것 같아요. 고객 분들이 이런 게 없어서 못 먹었다며 한번 드시면 다음에 또 주문을 하시고 소개해 주시거든요. 그게 제일 감사해요”   새벽4시30분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하루. 떡을 찌는 날을 더 바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을 필요로 하는 이 일을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 하는 고민은 했지만 편하고 쉬운 방법으로 한과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옥돌자갈한과를 성공시킨 서상숙 대표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일년내내 자갈한과와 곡물강정을 생산하고 약과, 양갱 등 우리나라 전통간식을 그녀의 방식대로 만들어 내는 것.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그녀의 욕심에는 싼 재료, 수입산 재료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녀의 고집 덕분에 귀한 전통간식을 일년내내 먹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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