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날이라 하얀 눈이 생각납니다. 이곳은 눈을 거의 볼 수 없는 곳이지요. 눈인가 싶어 쳐다보면 비이고, 혹시 눈이 오더라도 고개 들어 바라볼 때는 눈이지만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어느새 비로 변하는 곳이라 눈을 보는 건 큰 행운이라고 여겨질 정도지요. 눈이 보고 싶습니다. 첫눈이 내리면 좋겠네요. 첫눈이 오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들은 진짜 무엇을 하지?’라는 궁금함이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 덩어리처럼 커져서 후다닥 인터넷 검색을 해보게 되네요. 아하, 첫눈이 내리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대답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눈을 밟고 싶다거나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눈을 만져보게 하고 같이 놀아주고 싶다고 하며, 눈길을 걷고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마스크를 벗고 바깥에 나가서 맘껏 뛰어다니고 싶다거나. 첫눈 오는 날 코로나가 없어지면 좋겠다고 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은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 모두의 염원을 말해주는, 현실을 잘 반영한 대답이라고 하겠어요. 아, 빠뜨릴 수 없는 대답, 정말 눈에 띄게 특별한 답을 한 사람이 있어서 이건 꼭 소개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딱히 할 게 없어요.”“어머, 이미 첫눈이 내렸는데요? 하하”“첫눈은 매해 내립니다. 기다려지지 않아요. 40대 중반이라 심장이 콩닥거리거나 그런 것이 없어요. 통장에 가득한 금액이나 빵빵한 건물 서류. 뭐 이런 게 생기면 설레지요. 나 속물이야. 크크”이런 반응은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대답이지요? 읽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해 준 사람도 있네요. 한 여행가는 “가을의 아름다움이 지는 단풍 계곡길 첫눈 산행을 할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은하수를 보고 싶습니다. 겨울 바다에도 가고 싶어요. 그 주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겨울을 느끼고 싶어요” “할머니가 살았던 아주 깊은 산골,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 나는 시골집을 느린 기차를 타고 가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도시 풍경을 천천히 볼 수 있는 관람차를 타보고 싶어요” “나만의 호캉스를 즐기고 싶어요. 나만의 음악을 켜고 욕실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워 몽글몽글 거품 입욕제를 넣어서 목욕을 한 후, 푹신하고 깨끗한 침대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뒹굴고 싶어요” 마치 화가라도 된 양 아니면 시인이나 작가라도 된 듯이 표현한 이런 대답은 듣기만 해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림이 그려집니다. 참 야무지고 아름다운 꿈을 가진 사람들이 있군요. 그리고 스무살 즈음에 붕어빵을 사 들고 알바하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데 그날 헤어짐 통보를 받았다며 첫눈 오는 날은 영화처럼 멋지게 다시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가슴 찡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포함해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대답도 참 많습니다. 젊은 시절 한 번쯤은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고 약속을 해보았거나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도 어느 시에서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실컷 함께 보냈노라고. 그리고 세월이 지난 지금은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딱 한 사람만이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고. 그래요. 추억은 아름답고 우리네 감정은 살아있지요. 나도 첫눈이 오는 날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 가슴 따뜻한 사람. 마음이 통하고 대화가 되는 사람을요. 오늘 첫눈이 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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