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받은 농협 달력이 이제 한 장 남았다. 정신없이 일상을 달려온 사람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밭에서는 겨우내 먹을 김장을 위해 배추 무를 뽑는 일손이 바쁘다. 우리 예술인들도 바쁘다. 여기저기서 공연과 전시가 한창이다. 전문 예술인의 공연, 전시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관과 문화원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군민들도 노력한 결과물을 선보이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필자도 얼마 전에 개인전을 마쳤고 강의를 맡고 있는 곳의 수강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 분주하다. 12월 내내 빈 날 없이 계속되는 여러 전시에 군민들이 많이 발걸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개인전 때, 작품 판매를 알리는 빨간 스티커를 보고 내심 기뻤다. 작가에게 그림 판매는 통장 잔고가 차는 의미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전시회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서 집에 걸어두고 내내 볼 수 있다면 소소한 힐링이 되지 않을까? 그림은 누가, 왜, 어떻게 사는 것일까? 오늘은 그림을 구매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그림을 수집하는 것을 콜렉팅, 사는 사람을 콜렉터라고 부른다. 콜렉팅하는 방법은 통상 세 가지가 있다. 우선, 경매를 통하는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소더비 경매나 우리나라의 여러 옥션들이 있는데, 작품 소유자가 작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원하는 사람들이 경쟁을 통해서 최고가로 낙찰하는 방법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가장 비싼 값에 낙찰된 작가는 누구일까? 본인은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작년에 131억에 낙찰된 걸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하긴 서민작가로 우리에게 친근한 박수근 작가의 ‘빨래터’도 45억2천만에 낙찰되었다. 후덜덜하다. 다음은, 갤러리(화랑)를 통하는 방법이다. 갤러리는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작가를 섭외해서 전시를 하고 판매해서 수익을 얻는다. 현장에 직접 가서 그림을 보고, 큐레이터나 작가로부터 질문과 설명을 듣고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마음에 드는 작가의 전시를 찾아다니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림 좋아하는 일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아트 페어이다. 판매 목적에 충실한 미술박람회라고 보면 된다. 백화점처럼 여러 작가들에게 부스를 대여해서 전시하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다양한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작품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그림에 관심 많은 초보 콜렉터들에게 아트 페어는 마음 편하게 그림 사징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가족 혹은 친구와 아트 페어에 놀러 삼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 페어는 1986년에 만들어진 화랑미술제로 지금도 미술인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 부산’도 10만 명 이상 다녀가는 대표적 큰 미술시장이다. 도시에 갈 일이 있으면 한번쯤 둘러보면 요즘의 미술 트렌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미술 시장이 넓어졌다 해도 여전히 그림을 한 점 사기에는 일반 서민에게는 부담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미술 작품의 주요 소비자들은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이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그림은 호당 가격으로 매긴다.(1호는 엽서 크기라고 보면 된다) 작가의 가치도 호당 가격으로 매겨진다. 그렇다고 그림 가격이 작가의 실력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림 한 점 팔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린 유명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작고하고 나서 천정부지로 솟는 그림 가격을 안다면 천국에서 어떤 표정일까? 각설하고, 일반 서민들이 그림에 접근 가능한 방법이 없을까? 왜 없겠는가? 있다. 문화예술과 후원이 만나 문화예술을 꽃피우기 위한 목적으로 아트 펀드가 생겨났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을 떨쳐 내고 예술에서 위안을 얻으려는 마음과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들을 후원한다는 목적이 만나 이루어진 소비 형태이다. 공동 구매, 소액 구매도 가능하다. 아트 펀드에서 더 나아가 그림을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 가치로 보고, 그림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주식을 보유하듯이 그림에 투자한다. 젋은층들을 중심으로 해서 ‘아트 테크(ART + 재테크)’가 최신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나홀로 사기에는 부담이 큰 작품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 소유권을 분할해서 구매한다. 구매자들이 돌아가면서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기도 하고 실물은 소유하지 않고 소유권만 가지면서, 후에 되팔 때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예술과 산업의 연결이 젋은층의 신박한 머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예술품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탄식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어차피 그림을 팔려고 그리는 것 아닌가? 명품백에 투자하고 골동품에 투자하고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그림에 눈을 돌려 투자한다면, 우리 예술인에게는 경제적 여건이 나아져서 좋고, 일반인들은 예술을 누리는 지평이 넓어져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닌가? 바쁜 겨울 채비 마치시면, 우리 관내 함양 문화원과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 시간을 내어 다녀오시길 권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빨간 스티커가 준비되어 있으니 망설이지 마시고 붙이시길. 까짓것 1박2일 제주도 여행 다녀온 셈 치면 그림 한 점이 내 집에 걸릴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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