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날, 이전의 포근한 날을 싹 잊게 하는 강추위가 함양에도 찾아왔다. 따뜻한 어묵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뜻밖의 찬바람을 안고 읍내 한적한 용평 3길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딘가 흥 넘치는 멜로디가 들려온다. 멜로디에 가까워질수록 어묵 익어가는 냄새가 풍기고 그곳으로 모여든 사람과 함께 조리하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바로 ‘맛나수제어묵’ 가게를 운영하는 권현미씨다.   노점 형식의 입구 어묵판에서 다양한 어묵을 나열하고 있는 권현미씨 뒤편에는 깔끔한 내부시설과 그 안에 놓인 테이블들이 보이고 이른 오후 홀로 어묵 국물과 더불어 술 한 잔 기울이고 있는 한 노인도 눈에 들어온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어묵판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그녀는 분주한 나날의 첫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함양 출신인 권현미씨는 서울과 부산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가 2년 전 다시 고향에 돌아와 수제어묵 가게를 차렸다. 어묵이라고 하면 붕어빵과 같이 대표적인 길거리 노점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도시에서는 노점은 물론 술을 곁들일 수 있는 가게 형태의 어묵집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부산이나 양산과 같은 도시 쪽에 가면 어묵을 다양한 형식의 가게로 만나볼 수 있는데 함양에는 길거리 노점 외에는 없는 상황이라 간단히 술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가게를 고향에 만들고 싶었어요”   맛나수제어묵집에는 땡초를 첨가한 매운맛 어묵, 파프리카·우엉을 다져만든 웰빙 어묵, 아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양파 어묵 그리고 옛날 흔히 길거리에서 먹던 꼬불이 어묵 등 다양한 맛의 프리미엄 어묵들이 손님들을 기다린다. 소주·맥주·기네스·잔와인·일품진로 등의 술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주메뉴인 어묵의 경우 위생 부분에 있어 검증되고 높은 어묵 함량을 우선하고 있는 3대 어묵 회사 제조 어묵을 가져와 조리하기 때문에 신뢰를 더한다.   이번 11월에 출시한 새 메뉴 꼬마김밥 또한 맛이 느끼해지는 식용유 대신 들기름을 쓰고 아이들을 생각해 유산균도 넣는 등 정성스럽게 만들면서 손님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저는 항상 똑같아요. 내 입에 못 들어갈 정도의 음식은 손님한테도 안된다라는 원칙이 있어요. 퀄리티 좋은 도구와 재료 그리고 위생 상태는 누가 봐도 깨끗하다 느낄 수 있는 그런 가게를 지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위생 철저는 제가 정말 놓칠 수 없고 중요시하는 부분입니다” 태권도 선수, 체육회 이사 등 오랜시간 체육계에 몸담았던 권현미씨가 고향 함양에 내려가 어묵집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주변 지인들은 처음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모두 자주 찾는 손님이 되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던 만큼 전국 어묵집을 다니며 시설과 제조 부분에 있어 세심한 벤치마킹을 바탕으로 가게를 열었다는 권현미씨. 이제 3년차에 접어든 그녀는 다양한 손님들과 소통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제 제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회사를 다니는 남들은 이때쯤 퇴직을 걱정하잖아요. 그에 반면 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거든요. 좋은 음식을 만들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뿌듯한 날들이 지속되길 바라죠. 그런 면에서 이 가게는 노후의 동반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녀는 새해가 곧 다가옴에 따라 내년에는 산삼이 들어가는 형태의 어묵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작년에 한 번 시도를 했었는데 규제나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함양이 산삼의 고장인 만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다음 산삼축제 때 외지 사람들이 꼭 한번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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