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농사를 전공한 도시 출신 청년 김민기양산에서 쭉 살아 온 청년 김민기씨.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진학하고 졸업하며 함양에 처음 왔다. 김민기씨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삶에 있어서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치열한 삶 속에서 상처받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너른 공간에 삶의 터전을 꾸리라는 말이었다. 처음엔 농수산대학교를 가기 싫었지만 점점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나중엔 민기님의 꿈이 되었다.한국농수산대학교 재학시절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의 농장을 물려받는 영농후계자들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부모님께서 이룬 것을 물려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공산품 같은 농산품이 아니라 작물을 이해하고 재배해서 건강한 최상품을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그런 민기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블루베리였다. “정말 맛있는 블루베리를 먹어본 적 있으세요? 전국 블루베리 농가 중 10%만이 제대로 키우고 있어요. 억지로 재배하는 게 아니라 환경을 맞춰주는 농장이요. 토양환경조성을 제대로 한 농장의 블루베리는 전혀 다른 맛과 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맛에 반해서 전국에 토양환경조성 농장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어요. 나도 이렇게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났어요” 블루베리 나무를 기르는 비법, 공생과 환경김민기씨가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부모님이 민기씨를 위해 함양에 정착을 했고 민기씨는 삶의 터전으로 자연스럽게 함양을 만나게 되었다. 2020년 땅을 구입하고 2021년은 오롯하게 토양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했다. “블루베리의 뿌리는 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결여돼있어요. 그래서 산성토양에서만 자라는 진달래형균근과 공생을 해야 해요. 그래야만 정말 건강한 블루베리가 자랄 수 있어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산성토양에서 자라는 잡초인 쇠뜨기도 밭에 많아요. 쇠뜨기는 뿌리를 깊게 내리지만 위로는 짧게 자라요. 이게 토양의 통기성을 높여주면서도 블루베리 나무의 지상부에는 영향을 안 주는 풀이에요. 이렇게 공생하면서 건강한 밭을 만들고 있어요”     공생의 법칙만 이해하면 비료와 제초제 없이 건강한 블루베리를 재배할 수 있다는 김민기씨 그에게도 걱정은 많았다. “1년이나 아무런 작물을 안 심으니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빨리 나무를 심어야 수확을 할 수 있다는 말, 이러다가 망한다는 말. 모두 저를 위한 말이었지만 제 안의 걱정이 더욱 커지는 시기였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제대로 된 블루베리를 경험했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걱정을 하면서도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나무숲의 부엽토층이 배수가 원활하고 유기물이 풍부한 산성토양이기 때문에 블루베리 자생지의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고 김민기씨는 말한다. 모든 나무가 다 적합한 것은 아니다. 참나무의 경우 분해되기 전에는 산성을 띄지만 분해가 되면서 알칼리성을 띄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김민기씨는 1년 동안 소나무톱밥과 솔잎, 소나무 껍질 등 소나무 유기물과 모래를 섞어 높이 1m 50cm의 토양환경을 만들었다. 매년 소나무 유기물을 밭에 추가해주는 방식으로 토양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토양환경을 조성할 때 운 좋게 농장 바로 밑 하천에 하천정비사업을 했어요. 하천 바닥 모래를 긁어내는 사업인데 제가 여기서 발생한 모래를 받게 됐어요. 공사하는 입장에서도 어차피 모래는 버려야 하니까요. 소나무 톱밥도 운이 좋아 쉽게 공급받을 수 있었어요. 아마 급하게 일을 진행했으면 오히려 돌아서 갔을 거예요. 오래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필요한 일을 하려고요”그런 그의 노력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민기씨 농장의 블루베리는 나날이 성장 중이다.“지상부의 성장이 더뎌서 너무 걱정이 됐거든요. 올해 여름에 너무 궁금해서 한 그루 파보니까 뿌리가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뿌리를 보고 나니까 더욱 확신이 들어요” 빈 공간에 나만의 도시 만드는 기분“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다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달라요. 저는 이 지역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참 만족스러워요” 올해 4월 28일 서하다움 청년레지던스 플랫폼에 참가한 김민기씨가 청년에 대해서 한 이야기다. “농촌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전부 도전해 볼 수 있어요. 도시보다 농촌이 너른 공간이잖아요. 비어있는 공간에 나만의 도시를 만드는 기분이에요. 청년에게 이런 자유가 있는 만큼 농촌의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책임도 동시에 있는 것 같아요. 청년이 하지 않으면 안돼요” 김민기씨는 자기가 갖고 있는 함양청년농부의 이름이 감사하다며 자신이 함양에, 청년에게, 농부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김민기씨는 올해 초 함양군 4-H연합회와 농업기술센터 교육 그리고 SNS 중심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살림청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함양을 살려보자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 경남도청 청년정책추진단에서 예산을 받아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던 살림청은 현재 활동을 잠시 멈추고 리뉴얼을 앞두고 있다. 청년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농촌이라지만 청년이 무작정 와서 자신만의 도시를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자신만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함양을 찾아온 청년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항상 거주공간의 문제를 생각해요. 쉽게 해결하지 못할 문제인 것도 맞고 군 행정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지만 함양에 거주공간 문제는 꼭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청년들은 거주공간의 문제 때문에 못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블루베리 농장, 청년귀농인 단체, 그 다음은?블루베리 농장을 쉴 새 없이 가꾸고 여유가 생기자 청년귀농인단체를 만들었다. 꾸준히 바쁘게 활동해온 김민기씨의 요즘은 어떨까? “요즘은 겨울이라 농장이 한가해서 오도재한의원 원장님의 일을 도와드리면서 함께 청년힐링사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오랜 경력으로 내공이 있으신 한의사분이시라 제가 관심 있던 자연치유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민기씨는 농촌에 오기 전에는 불면증과 스트레스 때문에 고생했다고 하면서 아직도 자신의 주변에는 마음의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청년 친구가 많다고 한다. “블루베리가 그렇듯 사람도 환경과 공생이 중요해요. 마음의 병이 있는 청년들에게 농촌이 아주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바쁜 도시생활에 지친 많은 청년들이 함양에 와서 힐링하고 더 나아가 많이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에요” 김민기씨가 블루베리를 대하는 모습은 사람을 이해하는 모습과 닮아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그를 보면서 그가 키워낸 블루베리가 얼마나 가치 있을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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