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Nesnesitelná lehkost bytí)’이라는 소설을 출간하였습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프라하의 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연방(구소련)이 간섭하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시기를 가리킵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적 묵직함과 가벼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는 지혜를 가졌지만, 무엇이 더 긍정적인지 알 수 없다고 변증합니다. 결국 밀란 쿤데라는 우리 인생은 무거운 것인 미래를 위한 삶과 가벼운 것인 현재의 행복 가운데서 서로 이동하며 모순(矛盾)관계에 있다고 결론을 맺습니다. 대단한 혜안(慧眼)입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추운 겨울에 땅을 기경하고, 봄에 씨앗을 뿌리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면서 부지런히 땀 흘린 농부의 손에는 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봄에 심지 않았으니 어찌 열매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열매를 보고자합니다. 어떤 열매를 맺을까? 좋은 열매, 쉬운 열매를 찾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그저 열매에 모든 초점을 맞춰 살아갑니다. 밀란 쿤데라의 정의처럼 가벼운 현실의 행복과 무거운 미래라는 모순관계 속에서 좌충우돌(左衝右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역사요, 평범한 일상인 하 루, 한 주, 한 달, 한 해의 시간이라 여겨집니다. “절대자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던 폴 마이어(Paul J. Meyer)는 일명 성공한 사람들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3가지로 요약하였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먼저는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더라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든지, 어떤 고난의 상황에서도 부정적 마인드로 ‘않되!’ ‘할 수 없어!’라는 용어 보다는 긍정적으로 ‘해보자!’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더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목표 지향적 삶’을 살아가더라는 것입니다. 분명한 목표와 목적이 있고 그 일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세 번째는 ‘자발적 동기부여’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내면으로부터 동기부여를 하고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열심을 내어 기회를 만들고자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여러 이변(異變)들을 종종 마주하고 앉게 됩니다. 여전히 묵직함과 가벼움 사이에 놓여있는 모순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을 대하는 방법과 해결방법은 각자가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할 수 없다며 포기합니다. 또 누군가는 다음으로 미뤄둡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보자는 각오로 부딪치며 끊임없이 모순을 발견하고 또 전진(前進)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생의 열매가 아닌 뿌리에 관심을 가집니다. 열매보다 뿌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약하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뿌리가 약하면 뜨거운 여름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나 뿌리가 튼실하면 좋은 열매는 자연스럽게 결실(結實)되는 원리를 발견합니다. 묵직함은 곧 가벼움으로 나가는 열매이며, 가벼움은 곧 묵직함으로 나가는 뿌리입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 내가 가야 할 길, 내가 해야 할 소명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비로소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프로그램에 함몰되지 아니하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나는 우리 함양이 다른 지자체의 어떤 일이나 프로그램을 흉내 내는 가벼움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진 묵직함을 가지고 독특한 빛깔을 만들어 낼 것을 응원합니다. 비록 가벼움과 묵직함이라는 모순사이에서 현재 2022년의 열매를 진단해 보고, 새로운 2023년을 열어가는 우리 군민의 주체적인 삶, 주체적인 열매를 기대해 봅니다. 겨울의 문턱 12월, 모순의 시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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