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상수원인 지하수가 고갈된 지 석 달이 지났는데 내년 봄에나 다시 새로 개발한 지하수가 공급이 된다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여름 이후 깨끗한 물을 못 쓰는 주민들의 불편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마시는 물은 생수를 먹으면 되지만 설거지를 비싼 생수로 할 수는 없습니다. 비싼 생수로 샤워를 할 수 없고 세탁기 통에 비싼 생수를 부을 수는 없습니다. 엎어진 겸에 쉬어간다고 민박을 하는 나는 올 여름 이후 손님을 받지 않고 쉬고 있습니다. 쉬러 오는 가까운 친지들에게도 물 사정이 이러하니 다음에 오라고 합니다. 석 달 전 지하수가 고갈된 사정을 SNS에 올렸더니 온라인 친구들이 상수도 문제는 긴급으로 처리가 되니 조금만 기다리면 행정에서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말에 안심이 되었답니다. 먹는 물은 최우선으로 처리를 해주는 거라고 하니 못 기다릴 이유가 없지요. 사실 도시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당장 저녁 뉴스에 어느 지역에 단수가 되어 어떤 조치를 하고 있고 언제까지는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한다는 보도가 나왔겠지요. 단수가 아니라 수질만 안 좋아도 보도가 되더군요. 하지만 여기는 시골이라 도시처럼 긴급 상황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는 매뉴얼 같은 것은 없나봅니다. 관정 하나 파서 물이 나오는지 확인하는데 하루면 되더군요. 그런데 물이 나오는 4번째 관정을 확보하기까지 석 달이 걸렸습니다. 긴급으로 처리했으면 넉넉잡아도 열흘이면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관정 하나 파는데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다행히 수맥을 찾아 이제는 됐다 싶었는데 일을 진행하는 상수도사업소에서 실제로 이 물을 먹으려면 내년 봄에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절차상 이유 때문이랍니다. 물탱크에 물을 받으려면 공사를 해야 하는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는 일이천만원 밖에 없고 공사비가 크면 예산을 수립해서 신청을 해야 하고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세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관정을 팠다고 바로 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은 임시방편으로 계곡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농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이라 먹지는 못하고 주방 설거지와 세탁, 샤워 등등 입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는 모든 용처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 물을 모아모아 간신히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즘 가뭄이라 참 아슬아슬합니다. 그렇다고 비가 오는 것도 불안합니다. 지난달에 비가 오니 흙탕물이 나와 난리가 났습니다. 세탁기가 고장 난 집도 있고 어떤 주민은 피부염이 생겼다고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걸러 사용하기 위해 우리 집 주방에는 정수 필터를 달았는데 더러워진 필터를 매일 교환해 주고 있습니다. 시골 사람들이라 참 선합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겨울이 닥치면 계곡물도 얼어버릴 게 뻔한데 화가 날만도 한데 어쩌지? 참 걱정되네? 하고만 있습니다. 물론 일을 진행하고 있는 상수도 사업소도 악의는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서 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런 긴급 사안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늦어도 한 달 안에 처리되어야 하는데 매뉴얼이 없다보니 여름에 문제가 생겼는데 내년 봄에나 해결이 된다는 겁니다. 긴급 사안을 긴급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진짜 긴급한 것은 긴급 상황을 처리할 매뉴얼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태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속히 매뉴얼이 만들어 지기를 바랍니다.......이어지는 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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