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 상금은 없지만 사랑을 드립니다. 물론 엄마가 낳았지만 OOO를, 이런 키우기 힘든 딸을 헌신적인 노력과 책임감으로 지금까지 잘 키워주었으므로 이 상을 수여합니다. 엄마 딸이자 이 세상 최고의 OOO’어느 날 아들이나 딸에게 이런 상을 받는다면 기뿐이 어떨까요?떠납니다.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다른 지역으로 강의를 하러 떠납니다. 차를 몰고 가다 보면 그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들어와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차를 멈추고 잠깐잠깐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라이브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매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만 한다면 불가능하겠지만 일터를 조금씩 바꾸어 이동을 하며 일을 하는 강사이기에 이런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밀양의 한 중학교에 독서토론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다른 날과는 달리 결정을 못한 일이 있어서 나의 뇌는 자꾸만 그 생각에 몰입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미션을 주지. 진짜 페인트칠을 해볼까? 물감으로 손이나 발을 찍어볼까? 편지쓰기를 해 봐? 그건 너무 진부하고...아, 그래 그거야’ 한참을 생각하던 나는 순간 반짝이는 한 줄기 빛을 만납니다. 핸들을 잡은 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자동차의 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수업 시간 5분 전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주차를 하고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벌써 올라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인사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가운 얼굴로 교실에 들어서니 벌써 도착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수업 종과 함께 수업 시작! 책상에는 오늘 토론할 책 이희영 작가의 장편소설 ‘페인트’와 간식이 놓여있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사 온 게 아닙니다. 학교에서 나누어 준 것들입니다.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각자 읽을 책도 구입해 주고 간식까지 챙겨 주는 참으로 괜찮은 학교, 꿈나무들을 아주 사랑하는 진정한 학교라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책을 읽은 첫 느낌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중요한 문제를 몇 가지 꺼내어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한 시간 내내 재미있고 신나게 떠들어댑니다. 이제 둘째 시간! 두 시간 중 마지막 시간에는 항상 아이들에게 미션을 주는데 오늘은 부모님께 상장을 만들어서 카톡이나 문자로 전송하기입니다. 미션이 진행되고 몇 분 후 다 만든 아이들이 하나 둘 사진을 찍어서 부모님께 보냅니다. 그리고 채 3분도 되지 않아 한 아이가 외칩니다.“왔어요. 왔어요! 엄마가 뭐라고 했느냐 하면 ㅎㅎ 진짜가? 어째 억지로 하는 느낌인데 라고 해요!”“와, 읽씹이다! 읽고 씹어요!”“우리 엄마는 일한다고 안 봐요!”아이들이 서로 부모의 댓글을 알려 주느라 야단법석인 가운데 수업 시간이면 제일 조용하고 말이 없던 아이가 울먹이며 말을 합니다. “우리 엄마한테도 댓글이 왔는데요, 키우기 힘들지 않다고. 말을 좀 안 들어서 그렇지 순하고 착해서 엄마 딸인 게 고맙다고 했어요!”순간 내 눈에서도 눈물이 핑 도네요. 이 짧은 미션 하나 가지고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는 잠깐이나마 서로의 마음을, 가족의 사랑을 느낀 것이지요. 오늘따라 아이들이 좀 더 성숙해 보인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어리어 있습니다. “다음 주엔 ‘기억전달자’ 꼭 읽어 와! 토론해 보고 싶은 내용 한두 가지 꼭 생각해 보고”“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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