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기 때문에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함양을 만나게 되기까지태어난 것은 창원, 학교는 산청에서 다녔다는 박세원 대표. 동생의 아토피가 심해서 아토피 보건학교인 함양의 금반초등학교로 동생이 전학을 오게 되면서 가족이 먼저 함양으로 이사를 갔다. 박세원 대표도 산청에서 중학생 2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그 기점으로 함양에 전학을 오게 되었다.   청주에 대학교를 가서는 문화콘텐츠를 전공했다. 대학생 시절은 정말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시간이었다는 박세원 대표. 휴학 기간에는 취미로 하던 영상편집을 전문적으로 배우며 식약일보 디자인팀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제호, 로고, 포럼자료, PPT까지 담당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고. “일은 3개월정도 했는데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월급은 적은데 업무가 조금 과도했어요. 작년까지도 전화가 왔어요. 혹시 취직했냐고(웃음)”   그 이후 박세원 대표가 얻은 일은 유통업을 하는 회사였다. 발주 정리, 스마트 상세 페이지 제작 등의 서류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엑셀 등의 프로그램에 익숙해졌다. 대학에서 배우는 영화과 수업이 인연이 되어 KBS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   “6개월에 걸쳐 KBS인턴을 했는데 끝날 때 쯤 그 팀장님께서 좀 더 계속 해보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서 함께 일을 했던 같은 부서의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거든요. 그런데 그 선배가 그렇게 말했어요. 돌아갈 곳이 있다면 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전망 있고 많이 각광받는 산업이고 돈도 부족하지 않게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돌아갈 곳이 있는 저를 부러워하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마침 이 시기가 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이 휴대폰만 보고 있는 삭막함에 답답함을 느낄 시기였기 때문에 박세원 대표는 과감하게 함양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없이 무작정 함양으로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 박세원 대표의 어머니가 하고 있는 전통 장류 제조 및 농산물 유통 사업과 자신의 마케팅 및 디자인 역량을 합쳐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박세원 대표의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함양에서 펼치기 시작한 꿈함양에 내려온 박세원 대표는 어머니의 전통 장류 제조 매장인 ‘지리산별빛담은마을’의 확장을 위해 2020년 사회적농장육성지원사업을 준비하여 별빛 부엌을 만들게 된다. 또한 동아리 형태에 불과하던 그 당시의 ‘지리산5959협동조합’을 협동조합법인으로 성장시킨 것도 박세원 대표가 합류하고부터다. 함양에서 알게 된 다양한 사람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숲속언니들 농업회사법인까지 설립했다. 쉼없이 달려온 박세원 대표. 모든 것이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농업 관련해서 사업을 하려고 하면 우선 농업인과 교류하면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들을 수 있는 교육은 정말 다 들었던 것 같아요. 2022년 2월까지 제가 들었던 교육이 순 교육시간만 3400시간 이상이더라고요” 박세원 대표의 인생에서 쉬는 시기가 있었다면 약 한 달간의 유럽여행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박세원 대표에게는 스스로의 역량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유럽에는 플리마켓 문화도 많이 발달되어있고 소품도 많잖아요. 제가 참고할 수 있는 소품이 있으면 무조건 사서 택배로 집에 다 보냈어요. 도시나 마켓에 있는 상품들도 예쁘게 잘 되어있는 곳이면 무조건 다 사진을 찍어서 저장했어요. 그렇게 찍은 사진이 4천장이 넘어요. 다른 사람들은 여행가서 못 쉬고 와서 피곤하겠다고 하지만 저는 제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면서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상상했어요” 함양에서 외지청년을 만나는 일여러 가지 사업을 함께 해보자고 만든 숲속언니들 농업회사법인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신청을 하게 된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최종심사까지 올라갔는데 13등으로 아깝게 떨어졌어요. 보완하고 더 완벽하게 해서 2022년에는 보란 듯이 선발되었고, 전체 청년마을 발대식도 함양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2022년부터 외지청년에게 함양의 매력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 박세원 대표. 하지만 큰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대학 이후에 함양에 내려오고 친구들이 많이 놀러왔거든요. 그 때마다 저만의 프로그램을 짜서 친구들과 함양 여행을 했어요. 그랬더니 친구들 모두 함양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자신감이 있었어요. 함양에 오기만 한다면 함양을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이요” 박 대표의 자신감은 철저한 준비와 계획으로 인한 것이었고 함양군 청년마을은 참가자의 만족도는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대체 청년에게 어떤 것이 필요할까?“저는 함양에 그냥 온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를 그냥 청년으로 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존중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편하게 청년으로 대할 수도 있을텐데 한 명의 사회구성원으로 받은 존중이 큰 힘이 되었다는 박세원 대표. 그렇게 존중을 받다보니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박 대표는 자신이 받았던 존중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 이야기를 하며 다른 청년에게도 그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누군가와 열 걸음이 멀어져있을 때, 그 사람과 만나려면 다섯 걸음이 아니라 일곱, 여덟 걸음은 걸어야 해요. 다섯 걸음만 걷고 상대를 기다린다면 절대 만날 수 없어요” 함양에 정착하려는 새로운 청년에게 조언을 할 때면 이미 이 사회에 있는 기성세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는 박세원 대표. 함양에 정착하는 일이 아니라 이 세상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일곱, 여덟 걸음을 걷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박세원 대표는 지금의 일이 미리 계획되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지금 이 지역에서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굴곡진 길을 걸어왔다는 느낌. 운명론이죠, 운명론.(웃음)” 대학시절과 다양한 직업, 교육을 거치며 쌓아온 자신의 역량과 경험이 만든 지금의 상황. 중간에 뭐라도 하나 빠진다면 완성할 수 없는 퍼즐이다.   “물론 저도 함양에 있으면서 힘든 일도 정말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살다보면, 오늘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딱 맞아 떨어졌듯 함양의 청년들도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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