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이 들어간 맛난 빵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관련된 요리교실이 있어 9월부터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강의 계획서를 보니 어니언 스콘, 호두파이, 토마토 피자등 20개의 요리 중 곶감이 들어간 것은 곶감 찰꿀빵 한 개밖에 없었지만 창의성을 발휘하면 20가지 요리에 곶감을 넣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어니언 스콘에 양파 대신 곶감을 넣으면 곶감 스콘이 될 것이고 토마토 피자에 곶감을 넣으면 곶감 피자가 될 것입니다. 호두파이 대신 곶감을 넣으면 곶감 파이가 되는 겁니다. 사과 엘리게이트 파이 대신 곶감 엘리게이트 파이를 만드는 겁니다. 단 자연 건조식품인 곶감을 열을 가해 만드는 빵과 어떻게 어울리게 해야 하는 지는 연구과제네요. 첫서리가 내린 날 호두 파운드와 팥 카스테라를 만들었습니다. 수업 전에 레시피를 쓰윽 훑어보니 ‘달걀흰자와 설탕을 넣어 머랭을 만든다’ “ 휘핑 완료된 머랭 반죽에 강력분을 체에 내려 빠르게 섞는다‘라는 게 보입니다. 근데 머랭? 머랭이 머랭? 처음 보는 용어를 가지고 혼자 아제 개그를 하며 속으로 큭큭 웃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 쉐프 선생님이 머랭을 만드는 걸 보고는 감탄사가 튀어나왔습니다. 우와~우와~ 이게 머랭이라는 거구나~ 계란 흰자를 작은 다리미만한 핸드 믹스기로 빠르게 저어주니 계란이 하얀 거품을 내더니 크림으로 변신하네요. 어릴 때 설탕으로 솜사탕 만드는 기계를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살짝 흥분이 되었습니다. 그래 ~머랭이 머랭?이 아니고 이게 머랭이라는 거구나... 팥(곶감) 카스테라와 호두(곶감) 파운드 케익을 만들며 머랭을 만들 때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인 일조로 팀을 만들어 작업을 하였는데 계란 흰자에 설탕을 약간 섞은 뒤 핸드 믹서로 휘핑을 하는 일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고, 밀가루와 팥을 반죽한 뒤 틀에 붓고 예열된 오븐에 빵을 구워낼(연주할) 때는 작은 성취감에 가슴이 뛰었답니다. 제과점에서 비싼 값에 사 먹던 카스테라와 파운드 케익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단순하고 쉬워서 놀랐습니다. 파운드 케익을 만들려면 우선 버터에 설탕을 넣고 노른자를 넣어 크림상태로 만듭니다. 그리고 달걀흰자와 설탕을 넣어 (신나게) 머랭을 만듭니다. 크림 상태로 만든 것에 호두(곶감, 감말랭이)를 섞어 반죽을 만들고 다시 머랭을 섞어줍니다. 그리고 틀에 담아 오븐에 구우면 끝. 참 쉽네요. 호두 파운드 케익을 만드는 걸 배웠으니 이제 내가 세계(우주) 최초로 곶감 파운드 케익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곶감 파운드 케익을 만든 사람(인류)은 분명 내가 최초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확인은 필요할 것 같아 검색을 해보니 유감스럽게도 빠리바게트라는 제과회사에서 금년 초에 ‘호랑이와 곶감 파운드 케익’을 만들어 출시를 하였네요. 곶감 파운드 케익은 아쉽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아직 곶감 카스테라가 남아있습니다. 곶감 카스테라는 분명 내가 세계(우주) 최초일 것이기 때문에 굳이 검색해서 확인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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