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감 수확이 시작됩니다. 힘들었던 감 농사가 끝나고 더 힘든 곶감농사가 시작된다는 말입니다. 햇곶감을 만들기 위해 이달 초순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덕장 바닥 청소는 물론이고 곶감 행거부터 곶감을 매달 대나무에 쌓인 보이지 않는 먼지까지 깨끗이 닦았습니다. 그리고 수확한 감을 담을 바구니 먼지도 털어내고 감을 깎아줄 자동박피기도 반짝반짝 정비해 두었습니다. 요즘은 감을 자동박피기로 깎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동박피기로 깎는다고 하면 기계가 알아서 감을 하나하나 척척 깎아주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박피기의 칼날이 감을 깎을 수 있도록 감을 하나씩 공급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의 손입니다. 이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감을 깎아주는 자동박피기 한 대당 최소 2명은 매달려야하는데 보통은 작업자 서너 명이 같이 하게 됩니다. 매년 그렇지만 지난해에도 일손이 부족해 지나가는 지리산 둘레꾼 손까지 빌렸습니다. 배낭 메고 룰루랄라 지나가는 엄한 사람을 불러 잠시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손을 보태주더군요. 20년 한 우물 파다보니 어느 해부터 곶감 하나는 잘 만들게 되었습니다. 옛날에 먹던 깊은 맛이 나는 곶감을 만들어 귀감 포장재에 담아 판매를 했는데 지난해에 포장한 것은 이제 거의 다 팔았습니다. 곶감은 선물용으로도 많이 나가기 때문에 설과 추석 명절에 반이 나갑니다. 대부분의 곶감 농가는 설전에 판매를 마감하지만 연중 판매하는 나는 추석 때에도 설 못지않게 택배포장 하느라 바쁩니다. 지난해부터는 귀감이라는 브랜드로 포장 박스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곶감 작목반에서 만든 포장재를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보조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브랜드를 개발해서 따로 포장재를 만들 생각을 못했습니다. 함양에 곶감 만드는 700여 농가가 똑같은 맛의 곶감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에 자신이 있는 농가라면 개성 있는 나만의 포장 박스를 만들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농가마다 브랜드를 개발하고 포장재를 따로 제작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행정에서 작목반에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별 농가가 독자 브랜드로 포장재를 만들 때에도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개개인에게 지원하는 일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이고 이것이야말로 실질적으로 농업을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예산을 작목반을 통해서 사용하느냐 개별농가에 직접 지원하느냐 차이일 뿐입니다. 올해는 작목반을 통해서 매년 지원되던 저온창고, 감박피기 같은 보조 사업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나는 곶감을 연중 판매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감을 오랫동안 저장해줄 저온창고가 항상 부족한데 남의 창고를 임대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빌려 쓰는 창고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곶감용 감이 홍시가 되어버려 피해가 컸습니다. 지난 2년은 감작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고종시도 작황이 안 좋았지만 지난해 대봉감은 평년의 30% 수준이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전국적으로 작황이 좋습니다. 감나무가 지난 2년간 열매를 많이 달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해거리 하느라 많이 달렸습니다. 모든 곶감 농가가 올해 수확하는 많은 감을 모두 곶감으로 잘 만들기를 바랍니다.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많이 추울 거라고 하니 품질 좋은 곶감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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