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제의 유래는 옛날부터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고 올리는 행사가 전해져 내려와 축제가 되었거나 그 지역에 공을 세워서 돌아가신 분을 위한 행사가 축제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된 역사가 있는 마쯔리(축제)가 많습니다. 전쟁이나 재해 때문에 못하게 된 시기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많은 고생을 하며 그 마쯔리(축제)를 다시 되돌려 놓았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마쯔리를 지켜왔을까요? 제가 고향을 떠나서 한국에 온지 25년 넘었지만 지금도 매년 갔던 마쯔리가 그립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와 똑같이 아직 그 마쯔리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너무 좋고 그 때의 추억을 회상할 것 같습니다. 제가 그대로 계속 일본에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그리워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 이렇게 그리워하는 것을 보니 생각했었던 것보다 그 마쯔리가 저의 삶과 성장에 많이 밀착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1년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집도 부서지고 복구하기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 지방 사람들은 마쯔리를 되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보면 “그냥 축제잖아”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지역사람들에게는 마쯔리가 고향의 자랑이었고 같은 고향의 공동체로서의 가족애와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재해로 인해 고독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지고 어려움이 생긴 상황 속에서 그 마쯔리는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되어줬던 것입니다. 제가 마쯔리에 가면 데미세(축제에 나와 있는 가게)가 많았습니다. 어떤 데미세가 있었는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벌써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제가 좋아했던 가게는 박하 파이프를 파는 가게였습니다. 나뭇가지에 구멍을 들고 빨대를 끼워서 만들었던 아주 간단한 파이프에 박하가루를 넣고 빨대입구를 입으로 빨아들이면 그 가루가 입에 들어와서 아주 달고 맛있었습니다. 늘 손님이 많은데 다 꼬마손님들이었고 박하를 넣어주는 할아버지 앞에 줄 서서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나 있는 데미세를 소개하자면 사과사탕가게. 사과를 통째로 설탕물을 입힌 간식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사과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딸기 포도도 있다고 합니다. 사과가 큰 것 작은 것이 있었는데 저는 큰 것을 먹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늘 작은 사과를 사주셔서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다 못 먹으니까 그리고 큰 것을 먹으면 다른 먹을거리를 못 먹게 된다는 아주 현명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기 작은 것을 늘 사셨답니다. 또 기억이 난 것은 킨교수쿠이입니다. 이것은 금붕어 건지기입니다. 얇은 종이의 뜰채로 금붕어를 건지는 놀이입니다. 이 장사는 돈벌이로 꽤 좋은 장사입니다. 왜냐하면 한번 실패하면 잡을 때까지 하고 싶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금붕어가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승부욕 때문이라는 거죠. 그리고 혹시 금붕어를 잡게 되면 키워야 해서 어항과 먹이 등을 사게 되어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어른이 되서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또 재미있었던 것은 초코바나나 가게입니다. 바나나에 초코를 입혀서 여러 가지색의 스프링클을 토핑한 것입니다. 거기서는 가위 바위 보를 2번하고 다 이기면 3개, 1번 이기면 2개, 다 지면 1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아버지와 딸들 데리고 가본 적이 있는데, 딸 3명중 2명은 져서 1개씩 받고 1명만 1번을 이겨서 2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딸 3명과 아버지한테 드렸지만 저 혼자 못 먹어서 아쉬웠습니다. 특이한 것으로는 가면을 파는 데미세도 있습니다. 그 당시에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 등을 많이 진열해 놓는데 아주 다양한 종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기도 하고 그때만 사용하는 것이라서 저는 별로 사본 적이 없었습니다. 고향의 축제를 안 본적이 오래 됐지만 지금도 그 때의 느낌은 생생합니다. 동네의 여름축제, 규모는 작았지만 친구의 아빠 엄마들이 그 때만은 데미세의 아저씨 아줌마가 되고 거기가면 다 친구들이 다 와있고 친구 오빠 언니들도 다 만날 수 있었던 추억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동네 축제가 지금은 없답니다. 저희 집이 있는 지역도 이제 고령화가 많이 진행 되어서 하는 사람도 ,보러 가는 사람도 없답니다. 왠지 어렸을 때 썼었던 일기장을 잃어버린 느낌이 납니다. 함양에서 하는 축제도 우리 딸들한테는 소중한 기억들이 되겠죠. 오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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