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옹~” 쇼핑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데 창밖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애옹~ 훼에옹~ 이리 오너라~ 내가 왔다~” 아들과 같이 곶감 판매 방송을 하고 있는데 창 밖에 이리 오너라냥 서리가 와서 밥을 달라고 보챕니다. 하지만 방송 중에 길냥이 밥을 줄 수는 없습니다. 속으로 (아 저 녀석 시간 쫌 맞춰오지 왜 하필 이 때 와서 보채지...) 하며 무시하고 집중하려는데 못 들은 척 방송을 계속하자니 오히려 신경이 더 쓰여 집중이 안 됩니다. 고종시 곶감을 홍보하고 있는데 고양이 곶감이라는 말이 자꾸 입안에서 맴돕니다. 집사 목소리는 크게 들리는데 대꾸가 없으니 화가 많이 났는지 이리 오너라냥 목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 뭘 이리 꾸물대느냐~ 냉큼 한 그릇 내어 오지 못할까~ 애옹훼옹~” 우리 집에는 수리 모시 집냥이 두 마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길냥이 서리 꼬리가 밥을 먹으러 오는데 딱 밥만 먹고 사라집니다. 구내식당처럼 말입니다. 길냥이 꼬리는 아침 저녁 밥시간에 미리 와서 기다립니다. 그런데 서리는 항상 지각이고 오는 시간이 오락가락합니다. 어떤 때는 열흘 보름씩이나 안 보입니다. 길냥이 삶이 험난한 걸 잘 알고 있기에 한동안 서리가 안 보이면 혹 사고라도 당했을까봐 덜컥 걱정이 됩니다. 2년 전 처음 본 서리는 등뼈가 보일 정도로 야위었고 올 때마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왔습니다. 영역 싸움에서 다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서리는 덩치도 좋아졌고 더 이상 피를 흘리고 오지 않습니다. 눈에 카리스마를 번쩍이며 밥 먹으러 오는 서리를 보면 엄천골 영역싸움의 승자가 누구인지 알 거 같습니다. 짐작컨대 엄천골에서 새로 태어나는 고양이는 대부분 서리의 씨앗일 것입니다. 보스 고양이는 머리가 크다고 들었는데 서리는 머리가 확실히 큽니다. 호랑이만큼 커지는 않지만 엄천골에 서리보다 머리가 큰 고양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서리는 울음소리가 유별나게 커서 항상 웃음을 자아냅니다. 밥 달라고 하는 소리도 배고픈 주인이 충직한 집사에게 다그치는 것처럼 들립니다. 평소에는 서리가 애옹훼옹~~내가왔다~고 하면 하하 웃으며 알았써~알았써~하고 밥을 챙겨주는데, 이번에는 라이브 방송 중에 와서 소란을 피우니 나는 방송에 이리오너라냥의 목소리가 나갈까봐 잔뜩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잠시 기회를 보아 창문을 열고 손사래를 쳤는데 (이놈~썩 물렀거라~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소란을 피우느냐~) 다행히 이 녀석이 깜짝 놀라며 돌아서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만 봐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아무리 길냥이지만 밥 때에 맞춰 와서 먹을 수 있도록 길을 들였어야했는데 아무 시간이나 와서 애옹훼옹~울기만 하면 밥을 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길냥이를 길을 들였어야 했는데 길냥이가 나를 길 들인 것입니다. 모든 고양이가 서리같은 이리 오너라냥은 아닙니다. 수리는 카운터테너로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창밖에서 니나 솔로도브니코바가 카치니 아베마리아를 부르듯 간절하게 노래하면 아내는 맨발로 뛰어 나가서 그래 그래~ 간식 먹을 시간이구나~하고 템테이션으로 화답합니다. 모시는 목소리가 모기처럼 앵앵거려 귀를 가까이 대어야 겨우 소리가 들립니다. 2개월 된 모시를 길에서 데려왔을 때는 성대 이상으로 소리를 못내는 줄 알았는데 수의사의 소견은 단지 목소리가 작을 뿐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밥만 먹고 가는 길냥이 꼬리의 목소리에는 애절한 소망이 만져집니다. 에옹~ 나도 수리가 먹는 템테이션이 먹고 싶다옹~ 에옹~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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