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청년 정착인이 많았으면”함양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 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가 많다.   그런 와중에 행정안전부의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함양군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에서 첫 번째 전입자가 탄생했다. 바로 ‘고마워, 할매’ 2주살이 2기의 해수. ‘외지청년이 함양을 접하고 정착을 결심하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까?’, ‘청년세대 인구유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함양이 좋다는 청년, 26살 해수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았다.그냥 함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전입신고를 하는 것은 다른 의미인 것 같다. 함양에 정착하게 된 이유가 혹시 있는지 질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세요. 함양의 어떤 점이 좋아서 남았는지. 저는 그냥 함양의 자연이 좋아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왜 굳이 함양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다른 지역도 자연이 있으니까요. 자연 없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함양은 도시와 비교하면 당연히 일자리도 부족하고 생활 편의시설도 부족해요. 그런데도 남는다는 결정을 했던 것은 그런 모든 조건을 다 차치할 정도로 함양이 주는 자연이나 분위기가 좋아서였어요. 7월20일 함양에 처음 왔고 9월25일 전입을 했어요. 중간에 정착을 위해 짐을 챙기러 서울에 간 일주일을 빼고는 지금까지 전부 함양에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서울 생각이 한 번도 난 적이 없어요. 제 주변에서도 전입을 선택한 저를 이해 못하세요. 그런데 사실 이런 선택을 하려면 엄청나게 도심생활에 질려야 해요. 저는 내 마음의 건강이 정말 중요한데, 서울에서는 빵점이었어요. 아예 바닥. 그런 생황에서 함양군 청년마을 사업에 참가하게 된 거죠” 인생의 힘든 시기에 함양을 만나버린 것 같은 해수. 하지만 도시가 주는 권태나 삭막함만으로 정착을 결정할 수는 없다. 계기가 되었던 함양군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와 그 운영 주체인 숲속언니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다른 청년마을에 참가를 해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해주는 운영진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큰 위로가 됐어요. 그리고 숲속언니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정착까지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숲속언니들은 정말 저의 비빌 언덕이 되어줬어요. 마냥 모든 것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셔서 함양에서 전입까지 할 수 있었어요” 7월 말부터 함양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해수. 지금까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7월 20일부터 2주 간 함양군 청년마을 활동을 하고 또 2주 추가 활동을 한 다음에는 서하의 자연애플 사과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안의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대표님께서 카풀을 해주세요. 사과를 따고 포장하고 잎을 따고 가지를 치는 등의 일을 해요. 일을 하면 할수록 나에게 사무직이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이 일은 10월까지라서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낼지 고민하고 있어요. 몸을 쓰는 일을 계속 했으니 일이 끝난 김에 조금 여유를 가져볼까 해요. 그 외에는 함양에 있는 청년네트워크 이소에서 함양에 있는 다른 청년들과 모임을 갖기도 하고요. 이소 모임에 참석하면 ‘함양에 이런 사람도 있어?’, ‘함양에서 이런 걸 할 수 있어?’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출퇴근길 자연도 즐기고 있어요. 아직도 자연이 좋아요. 지브리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해수는 함양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정책 없이 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외지 청년이 함양에 쉽게 정착하기 위한 지원책은 필요하다. 실제로 정착한 입장에서 어떤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환경과 조건이 모두 중요해요. 나는 환경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서 정착을 결정했지만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아도 결국은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착이 꺼려질 수 밖에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함양은 청년인구 유입이 절실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과연 간절히 원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요. 꽃다발이나 돈을 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에요. 그냥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군 행정에서 아주 조금의 아는 척이라도 해주면 ‘함양이 청년 인구 정착에 진심이구나’ 생각을 할 텐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함양 정착을 고민하는 저와 비슷한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와 같은 청년 정착인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삶의 터전을 함양으로 옮겨온 해수. 앞으로 함양에서 그려낼 해수의 일상은 어떨까? “머리를 안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앞으로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요. 일자리가 정해진 게 아니니까 구체적인 미래를 계획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사과농장 일이 끝나면 조금 생각을 가져보려고 해요”있는지도 몰랐던 함양이라는 곳에 정착할 줄은 몰랐다는 해수. 11살 때 혼자 중국으로 넘어가 3년간 유학을 다녀온 경험을 말하며 지금의 상황과 중국행을 결정한 마음이 같다고 말한다. 성격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중국행, 그리고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에 선물처럼 찾아온 함양. 당장의 즐길거리나 편의시설, 인프라보다 삶에 중요한 것은 자연과 여유라는 해수. 함양 정착 결정이 자연을 사랑하는 해수에게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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