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넷플릭스 <수리남>을 보다가 옛날 군 복무시절 수리남에서 온 군인을 일주일 정도 안내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은 비록 계급은 육군 소위였지만 수리남의 제3인자 실세였습니다. 수 십 년 전 일이라 기억이 흐리지만 나는 그 3인자의 요청으로 헌병대장과의 만남을 주선해서 같이 미팅을 했고 또 그 당시 대통령의 동생이고 새마을 총재였던 전경환씨와의 면담을 주선했는데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수리남 3인자의 요청이라며 새마을 총재 비서실에 ‘수리남 3인자 아무개가 전경환씨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하는 과정에 당시 새마을 총재를 전경환씨라고 불렀다고 무엄하다고 한 소리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 때 나는 강원도 전방 중화기 중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다가 서울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라는 행사에 통역요원으로 차출되었는데 당시 대통령의 동생이 누군지 또 얼마나 힘이 쎈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근데 수리남이 어디야? 수리남이 중남미 소국이었던가? 아프리카 어디쯤 있는 나라인가?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브라질 옆에 위치한 인구50만의 소국이라는 것과 군부 쿠데타, 마약, 부패가 만연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오래 전에 만났던 수리남 3인자라는 사람도 떠올랐습니다. 그가 아무리 한 나라의 3인자이고 실세였다지만 계급이 소위였고 나는 비록 서열은 무한대지만 계급은 중위였기에 안내를 하면서 입장이 묘했습니다. 차라리 별 계급장을 달고 왔으면 편했을 텐데 말입니다. 어쨌든 이번에 드라마를 보면서 그 때 수리남에서 국제 행사 차 온 실세가 왜 귀한 선물을 가지고 우리나라 대통령 동생을 만나려고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엔 한국에서 죄짓고 도망간 마약 두목이 수리남 대통령과 뇌물을 주고받으며 소설을 쓰고 있네요. 참고로 그 때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군인체육대회>라는 행사에는 100개국 이상의 외국 군인 대표들이 워커힐 호텔에서 모여 회의를 했는데 육해공 위관급 장교들이 통역요원으로 차출되었답니다. 나는 수리남 외 몇 개국 대표를 공항 픽업부터 행사 종료까지 담당했는데 전방 훈련부대에서 몸으로 고생하다가 입으로 하는 일을 하게 되어 군대생활이 잠시나마 즐거웠답니다. 복무 장소도 정말 마음에 들었구요. 지난 해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TV를 공짜로 얻고 나서 요즘 드라마랑 갑자기 친해졌습니다. 인터넷 약정기간이 끝나고 갱신할 때 비싼 TV를 공짜로 줘서 덥썩 받았는데 넷플릭스 이거 완전 늪이네요. 단편 영화도 있지만 시리즈물이 넘치고 시리즈도 여러 편인 게 많습니다. 시리즈가 많을수록 재밌는 거라고 합니다. 일단 한번 보면 다음 편을 안 볼 수 없도록 만들어놓았습니다. 우리나라 연속극의 절단신공이 전 세계에 널리 보급이 된 듯합니다.** 남자 고양이 수리는 칼럼의 수리남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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