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쇼핑 방송을 하는데 재미가 붙었습니다. 방송하는 법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진행이 서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소한 실수가 재밌을 수도 있으니 미숙한 게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항상 밝은 낮에 하다가 늦은 밤에 한번 해 보았습니다. 평일이라 아무래도 낮 시간에는 일하느라 바쁠 테니 일 끝나고 저녁도 먹고 난 뒤 밤 8시쯤이면 시청자가 많을 거라는 기대에 방송 시간을 한번 바꿔 보았습니다. 그런데 라이브 예고를 올려놓았는데 갑자기 저녁에 컴퓨터가 문제가 생겨 해결하는데 정신이 팔려 하마터면 방송을 놓칠 뻔 했습니다. 알약 백신이 정상적인 프로그램을 랜섬웨어 공격으로 잘못 인식해서 컴퓨터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바로 그게 온 겁니다. 허걱~ 뉴스에 뜬 그거구나 내가 컴맹인거 어떻게 알고 왔지? 하고 슬그머니 도망가려는데 기어코 붙들고 늘어집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중요한 문서를 작성 중이었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다운 되어버렸습니다. 해결방법을 스마트 폰에서 얼른 검색해보니 알약이라는 바보백신을 삭제하라고 합니다. 문제는 컴퓨터가 먹통이 되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걸 삭제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느린 구닥다리 컴퓨터와 바보백신을 싸잡아 욕하는 것과 다음 날 컴퓨터를 들고 수리점을 찾아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들이 도와줍니다. 아들은 고집불통 컴퓨터를 살살 달래가며 바보백신을 삭제하기 위해 씨름을 하고 있고 어쩌면 안다리 후리치기 한판으로 이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내가 “여보~오늘 밤에 라이브 방송한다고 안 했나?” 하는 겁니다. “응 8시에 할 거야~” 하고는 시계를 보니 헉~ 방송 2분 전입니다. 라이브를 하기 전에는 준비할 것들이 좀 있습니다. 우선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촬영용 폰을 설정해서 거치해야하고 조명 기구를 설치하고 냉동 창고에서 곶감을 꺼내 진열해야합니다. 방송 중에 활용할 피켓 등 소도구도 챙겨야합니다. 평소 20분 전에 이런 준비를 시작했는데 2분 만에 이 모든 준비를 하고 생방송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들과 나는 백 미터 달리기 주자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습니다. 아들은 방송실로 바람을 일으키며 이동해서 폰을 거치하고 조명을 켰고 나는 바지와 셔츠를 동시에 갈아입으며 냉동실에서 곶감을 꺼내 진열하는 것까지 번개보다 빨리하고 방송을 시작했답니다. “안녕하세요~ 지리산농부 귀감 홍보부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곶감박삽니다~ 오늘은 늦은 밤 시간에 추석 선물용 곶감을~” 20분 동안 준비할 걸 2분 만에 멋지게 해냈는데 유감스럽게도 방송을 시작하고 10여분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대문니가 하나를 빼먹고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달 전부터 임플란트 하기 위해 대문니 하나를 빼고 필요할 때는 임시 치아로 대체하고 있는데 이걸 빼먹은 겁니다. 카메라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환하게 웃는 대문니 없는 곶감박사를 보고 시청자들이 얼마나 재밌었을까 생각하니 그동안 재밌었던 라이브 방송이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청자가 몇 백 명밖에 안 되었다는 겁니다. 그저께 토요일 방송 때는 방문자 수가 열배 넘었는데 그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휴우~ 참말로 우리나라 농부 해먹기 힘듭니다. 농부가 방송까지 해야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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