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는 본인이 사랑했던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억을 지우면서 주인공은 잊혀진 기억에 만족해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우는 게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과학자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 짓는다. 발달심리학적 의견에 따르면, 눈빛과 표정 움직임 등의 정보는 사람의 상태, 성격, 호르몬 등을 알려주는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언어적로 신호를 많이 받는다. 한마디로 과거에 좋은 기억을 줬던 사람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에게 끌린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었던,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언젠가는 되살아난다는 사실이 망연자실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다 지우고 행복했던 기억만 남긴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마음이 가뿐해지고 후련해질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면 결국 우리가 진정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까지 지워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미움과 증오라는 감정으로 잠시 잊고 살았던 그 기억이 사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중요한 재료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모두 소중한 것이다. 행복한 순간이든 슬픈 순간이든 힘든 순간이든 말이다. 언뜻 들으면 인생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비상구는 존재한다. 기억의 완벽한 삭제가 없는 대신 우리에게는 망각이라는 한 줄기의 빛이 있다. 사람들은 망각이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망각이 시간이라는 큰 물리적 존재가 조그마한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쥐어준 진통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러한 망각도 힘들고 슬픈 경험이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힘듦을 점차 잊게 해주고, 새로운 기회와 희망들로 일으켜 세워준다. 그리고 그 이후에 우리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현재만을 보며 살아간다. 우리는 깨끗이 지워졌다고 생각되는 기억들을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켠에 쥐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소중한 기억들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아마 매 순간이 나를 자극시키고 발전시킨 소중한 매개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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