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을 떠나 있었던 1년을 제외하면 사십년 이상을 함양숙(宿) 함양식(食) 하며 살았다. 굵직굵직한 명승지가 우리 지역에 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주관적인 로컬여행을 기획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함양숙(宿) 함양식(食)’이었다. 함양에서 자고 함양에서 먹되 공정여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가까이 있지만 숨어있는 함양의 맛과 쉴 곳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을 통해 함양사람이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으로 회복하길 바란다. 함양식(食)-6 함양읍 맛집 “별미 충무김밥”얼마전 재미있게 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인공인 우영우는 삼시세끼 김밥을 먹는다. 우영우가 김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눈으로 금방 식별할 수 있어서, 어떤 음식이 들어갔는지 먹고 놀라지 않는 음식이라서 김밥을 먹는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김밥은 우리의 친구 같은 존재이다. 어릴 적 우리네 어머니는 소풍가는 자식들을 위해 새벽부터 김밥을 싸셨고 봄날 야유회나 여름 수련회, 가을 산악회를 갈 때에도 우리는 김밥을 도시락으로 챙긴다. IMF 시절에는 한줄 천원 김밥이 해성처럼 등장해 갓 가성비의 대표적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불티나게 김밥이 팔려 나가던 시대였다. 요즘은 김밥도 프리미엄 시대가 되었다. 속재료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고 가격도 다양해졌다. 고물가 시대에 그래도 우리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한 끼의 대표주자이다. 내가 김밥 좋아하는걸 알고 아는 언니가 나를 데려간 곳이 함양에 있는 별미 충무김밥집이었다. 충무김밥 2개와 라면 한그릇을 시켜서 먹었는데 첫 방문에 참 맛있게 먹었었다. 그 후에 혼자 가서는 테이크아웃 해서도 여러번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아는 언니가 했던 말이 인상 깊었다. “나는 통영 가서 소문 좀 났다는 집 충무김밥을 사서 먹어봤는데 맛있는 줄 모르겠더라고 내 입에는 함양 별미 충무김밥이 더 맛있는거 같아” “언니 나도 사람이 바글바글 오는 통영 충무김밥집 가 봤는데 먹으면서 그런 생각 들더라구요 이게 맛있다고? 내입이 잘못 된건가? 언니 우리는 함양을 너무 사랑하나봐요” 나는 함양 별미 충무김밥에 같이 나오는 석박지를 너무 사랑한다. 적당하게 익은 그 맛이 너무 시원하고 답답한 내 속을 뻥 뚫어 준다. 오징어에 어묵을 넣어 매콤하게 무친 것도 김밥과 함께 먹으니 간이 딱 맞다. 김밥을 미리 만들어 두시는 게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김밥을 만드시기에 밥도 따뜻하고 김도 눅눅하지 않아서 좋다. 내가 팔로워 한 인별 친구가 충무김밥에 대해 쓴소리 한 게 있었는데 그게 밥에 대한 쓴소리였다. 반찬은 밥을 먹기 위해 존재하는데 밥에 너무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다. 미리 밥을 해서 공기에 담아 보관하니 한 숟갈 떠서 먹을라치면 한덩어리 채 올라와서 밥이 아닌 떡을 먹는거 같다고....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데 밥이 맛있어야 된다고 강조했었다. 나도 음식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말에 동의 한다. 가끔 색다른 김밥을 먹고 싶다면 함양읍 별미 충무김밥집에 들러 보시길 추천한다. 가을 바람 살랑살랑 부는 9월에 함양 별미 충무김밥 싸서 들로 산으로 소풍가면 참 좋겠다. 올 여름 너무 더웠다고 그냥 퉁 치지 말고 더운 여름 잘 보내준 나에게 가을소풍을 꼭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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