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나라들마다 특유의 민족정신이 있습니다. 그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단결하며 자긍심 또한 매우 높습니다. 영국인은 신사도 정신(Gentlemanship), 미국인은 개척정신(Frontier spirit), 중국인은 만만디(慢慢的) 정신을 앞세워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국민들이 똘똘 뭉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배달겨레의 핏줄에는 어떤 상징적 정신이 흐르고 있을까요? ‘선비정신’을 떠올려봅니다. 선비란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부를 탐하지 않는 고결한 인격을 가진 사람, 즉 인의예지신용(仁義禮智信勇)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인물을 말합니다. 함양은 예부터 좌 안동 우 함양, 선비의 고장이라고 불렸습니다. 고운 최치원, 점필재 김종직, 덕곡 조승숙, 일로당 양권, 뇌계 유호인, 일두 정여창, 옥계 유진, 개암 강익, 연암 박지원, 의제 문태서, 진암 이병헌 선생이 함양 대관림(상림) 역사공원에 참 선비로서 그 이름이 올려져 있습니다. 나라마다 고유의 민족정신이 있다면, 각급 학교에는 교풍이 전통과 함께 흐르며 교육 이념이나 목표가 담긴 교훈이 있습니다. 함양중학교 교훈은 ‘지식은 새롭고(新), 마음은 밝고(明), 행동은 바르게(正) 하자’입니다. 이는 선비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에 따라 함양중학교의 모토(motto: 일상의 행동이나 태도에 있어 지침이 되는 신조)는 ‘참선비의 얼을 품은 함중인, 선비정신 이어가는 함양중학교’입니다. 함중인들은 다볕골 함양의 훌륭한 선배 선비들을 본받고 그 정신을 잇고자 오늘도 청운의 꿈을 안고 천령 옛터전 비룡 향학로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널리 세상을 복되고 이롭게 하는 사람, 참 선비가 되고자 하는 함중인들이 마음속에 새겨두고 실천해야 할 숙제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머리엔 새로움이 샘솟으며, 꿈을 실천하는 지성인이 됩시다. 새로움을 알려고 하는 욕망은 곧 지혜로움을 얻기 위함과 서로 뜻이 통합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선 고전과 같은 명작을 많이 읽는 것이 하나의 방법입니다. 독서 후에는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꿈과 비전을 찾아서 키우길 바랍니다. 여기에 더해 꿈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미국 어느 가난한 집의 쌍둥이 형제 중에 형은 훗날 기초생활수급자 처지가 되었고, 동생은 훌륭한 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집에 걸려 있던 ‘Dream is nowhere’(꿈은 어느 곳에도 없다)라고 써진 글귀를 보며 형은 삶을 비관하며 살았지만, 동생은 그 글을 ‘Dream is now here’(꿈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읽으면서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고 합니다. 이처럼 꿈을 가진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의 차이는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수 인순이는 ‘거위의 꿈’이란 노래에서 거위도 날려는 꿈이 있기에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거위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간은 오죽하겠습니까? 꿈이 없거나 헛된 꿈만 좇아 망상에만 젖어 있으면 일상은 무료하고 건조해서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졸 수밖에 없고 어른들도 하는 일이 결코 잘 될 리 없습니다. 청운의 꿈을 심고, 노력과 실천으로 꿈을 가꾸며, 마침내 그 꿈을 이루어서 세상을 복되게 하는 함중인이 됩시다. 둘째, 가슴엔 따뜻함이 흐르며, 더불어 살아가는 덕성인이 됩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코사족의 속담이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인척을 만나려면 사막과 밀림을 통과해야 하는데 때론 폭풍을 때론 사나운 짐승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때 길동무 없이는 목적지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혼자 간다면 빨리 갈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이겠지요. 오래오래 멀리 안전하게 가려면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 주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할 겁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비슷하여 지금은 조금 늦은 것 같이 보여도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쳤으면 합니다. 친구의 기쁨과 슬픔을 내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 것입니다. 성적이나 외모 등에서 무조건 남보다 앞서거나 먼저 가려 하지 말고 함께 가려는 자세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보다 못생기고 공부도 조금 부족한 친구와 잘 지내는 사람, 나의 편안함보다는 옆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 그런 덕성스러운 함중인이 됩시다. 셋째, 이마엔 구슬땀이 흐르며, 심신이 조화로운 건강인이 됩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장차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애민정신이 깃든 다볕골 대관림도 걸어 보고, 우리 학교 교가 노랫말에도 나오는 두류산(지리산) 천왕봉을 올라서 호연지기를 기릅시다. 더불어 교정의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에도 가슴 설레는 고운 마음결을 갖도록 합시다. 이름을 부르면 콧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밝은 얼굴로 ‘예, 선생님’하고 반갑게 달려와서 인사하는 건강미 넘치고 멋스런 함중인이 됩시다. ‘지리산 맑은 정기 곱게 모인 곳 아늑하게 자리 잡은 천령 옛 터전에∼ 함중의 전통아래 뭉쳐진 우리. 나라의 기둥이다. 늠름하게 나가자’라는 교가 속 다짐처럼 참 선비 함양중학 건아가 되기 위해 나날이 새롭고·밝고·바르게 노력하고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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