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을 떠나 있었던 1년을 제외하면 사십년 이상을 함양숙(宿) 함양식(食) 하며 살았다. 굵직굵직한 명승지가 우리 지역에 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주관적인 로컬여행을 기획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함양숙(宿) 함양식(食)’이었다. 함양에서 자고 함양에서 먹되 공정여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가까이 있지만 숨어있는 함양의 맛과 쉴 곳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을 통해 함양사람이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으로 회복하길 바란다.함양식(食) 복실네 가끔 서울에서 오는 지인이 한분 있다. 올 때마다 밥을 자주 먹다 보니 단골집 할머니께서 서울에서 오신 양반이라고 불렀다. 부르기에 너무 길다 싶었는지 나중에는 서울양반으로 불렀다. 평일 저녁 무렵 그 서울양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지금 광주에서 일을 마쳤거든 함양 들러 저녁을 먹고 서울로 올라갈까 해. 1시간 후에 만나서 저녁 같이 하자구” 서울양반은 함양 근처를 지나가게 되거나, 1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지역으로 출장을 오게 되면 우리에게 연락을 준다. 특별시 사는 사람 중에 고향이 함양이 아닌데도 함양을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첫손가락에 드는 것 같다. 현지인보다 더 함양食을 좋아하고 맛있게 드신다. 오랜만에 서울 양반 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진다. 저녁 7시 함양 톨게이트 빠져 나온다며 연락이 왔다. “복실네로 와요” 뚝. ‘복실네... 복실네가 어디 있는 식당이지? 처음 들어보는 식당인데, 새로 생긴 곳인가?’ 식당을 찾기 위해 네비를 켜고 출발했다. 평소 지리에 밝은 내가 함양읍에 있는 식당을 가기 위해 네비를 키고 가다니 서울양반에게 부끄러웠다. 집에서 출발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복실네 식당이 있었다. 평소 자주 오고 가든 전통시장 근처에 있는 식당이었다. 한 번도 와 보질 않았던 곳이었다. 식당에 들어서고 반가움에 인사를 주고받는다. 서로 얼굴이 좋아졌네, 살이 빠졌네로 덕담을 주고 받고 자리에 앉았다. 복실네 단골인 듯 서울양반이 메뉴판을 보고서 주문을 했다. “이집은 술안주로 두부조림이 맛있지 저녁으로는 물국수를 먹으면 되겠네” 복실네 식당 초짜인 우리 부부를 위해 서울양반이 알아서 풀코스로 메뉴를 주문해 주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사람 좋아 보이는 사장님이 두부조림 냄비를 들고 나왔다. 식탁 위 가스 불에서 보글보글 두부조림 냄비가 춤을 춘다. 맛있는 냄새가 우리를 더욱 배고프게 한다. 꼬르륵 꼬르륵. 폭신폭신 해진 두부를 한 국자 떠서 앞접시에 담고 식기 전에 얼른 맛을 본다. 고운 빛깔 고춧가루 옷을 적당히 입고 있는 두부조림을 한입 베어 문다. 애주가들의 국민송이 흘러 나올법한 그 맛이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서울양반이 한마디 했다. “내가 서울에서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어 봤겠어. 근데 내 입에는 함양 음식이 맛있더라고. 이집은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 좀 있다가 국수 먹어봐요 국수도 맛있지”함양토박이인 내가 서울양반에게서 함양 맛집을 소개 받다니! 시간차를 두고 물국수 두 개가 나왔다. 사람 수대로 국수를 시켰으면 다 못 먹을뻔 했다. 국수 한 그릇을 가지고 두 명이 나눠 먹었다. 두부조림으로 배를 채운 뒤라서 다들 국수 한 그릇은 양이 많다고 했다. 보들보들 부추와 호박이 맛있게 볶아져 올라간 고명에 사장님의 후덕한 인심으로 톡톡 뿌린 고소한 깨소금과 김가루에 맛있는 국물냄새까지 입으로 먹기 전 눈으로 배부르게 물국수를 먹었다. 드뎌 입으로 국수 한 젓가락을 말아서 넣는다. 간도 적당하고 어느 하나 튀는 재료 없이 모든 재료가 어우러진 맛이다. 만나서 반가운 사람과 함께 먹는 밥은 얼마나 맛있는가? 시간을 잡아 두고 싶을 만큼 아까운 만남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서울까지 가야 하기에 서울양반을 더 잡아 둘 수도 없다. 국수까지 먹고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게 좀 아쉬웠다. 4명이서 맛있게 먹고 안주값으로 2만원을 계산했다. 며칠 내로 국수 먹으러 다시 와야지. 어둑해진 거리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함양맛집을 소개해준 서울양반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선물로 건넸다. “서울양반 조심히 가세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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