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툭툭. 함양에 내리는 여름비를 보며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듯 바람에 스민 선선한 공기가 낯설다. 함양 언니들 블루밍, 티파니. 새로운 함양 언니 정희. 이렇게 넷이 모여 첫인사를 나누고 이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베이지색 티파니 언니의 새 원피스가 오늘 준비된 꽃들과도 잘 어울린다. 눈으로 수업에 사용될 꽃들을 훑어본다. 드라이 플라워가 가능한 초록이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세 종류의 국화와 노랗고 앙증맞은 루드베키아, 투베로사, 테디베어 해바라기까지 있어 깜짝 놀랐다. 유칼립투스 두 종류 중 블랙잭은 스치기만 해도 향이 난다. 여리여리한 사초와 분홍 여뀌, 자금우는 초겨울까지 푸른 여운을 즐기게 해 줄 것이다.꽃다발 만들기높낮이와 입체감을 생각하며 사선 방향으로 꽃과 초록이(유칼립투스, 사초, 자금우 등 그린소재를 총칭한다.)들을 돌려 쥐어가며 다발 형태로 만든다. 어느 정도 형태에 꽃들을 더해가며 제법 묶음이 굵어져 손이 아프다 싶을 때 중간매듭을 지어준다. 만들면서 입체감이 살아나야 하는데 촘촘하기만 하고 되레 납작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나 싶을 때 블루밍 언니의 손길로 꽃다발 볼륨이 살아난다. 약하디 약한 루드베키아는 눕히는 느낌으로 초록이들 사이사이에 얹어 준다. 서로 지탱해 주며 노란색 꽃들이 가을로 가는 여름꽃의 절정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그 사이에 국화를 넣으니 힘도 있고 풍성하다. 블랙잭은 저마다 뻗은 자유로운 곡선으로 재미를 준다. 흔들거리는 사초와 분홍 여뀌도 사이사이. 가을로 가는 들판을 옮겨 놓은 듯하다. 한 손에 제법 묵직한 다발이 완성되어 간다. 저마다 한 아름씩 꽃다발을 들고 소녀처럼 웃는다. 요즘 유행하는 사진은 꽃다발로 얼굴을 가리고 찍는 거라며 인플루언서 티파니 언니가 말한다. 그렇게 넷이 서서 꽃다발 뒤에 수줍게 찍은 클래스 인증샷.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저마다 예쁜 장소에서 서로의 작품 사진을 남겨본다. 오늘 꿈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눠보려 했는데, 현진 언니가 벌초로 못 와서 참 아쉽지만 아이들 키워놓고 친구랑 제주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걸 해 보고 싶고, 딸들과 가이드 없이 유럽여행도 가보고 싶다 한다. 블루밍 언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언니랑 아주 잘 어울리는 꿈이란 생각이 든다. 설명도, 칭찬도 잘 해주고 실력도 좋은 우리 선생님이니까. 언니의 꿈에 함께 하고 있어 좋다. 티파니 언니는 어렸을 때 놀러 간 친구 집에 잘 꾸며놓은 실내 정원을 보고 결혼해서 베란다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벌써 20년째 어린 소녀가 마음에 담아 둔 그때의 실내 정원은 매일 성실하게 가꿔 베란다 정원으로 홈가드닝 인플루언서의 꿈을 이루어 살고 있다. 너무 멋지다. 나도 지금 이곳 함양에서 꿈의 시작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좋은 분의 추천으로 시작된 시민기자 활동도 즐겁다. 어떤 분이 내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산다 하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이 진행형 내 꿈인 듯하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기! 그 에너지로 오늘도 우리가 있는 이곳이 좀 더 아름답고 친절하고 푸르기를 바라본다. 꽃은 아쉽게도 금방 시들겠지만. 그 자체로 참 아름답다. 살아있고.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활짝 핀 꽃을 꽃다발과 가슴에 담아 나온다. 다음 주는 벌써 마지막 시간. 여태껏 배웠던 것들로 테이블 세팅과 아로마 향초를 장식하는 플라워 캔들 만들기. 어서 와 가을, 안녕~ 여름아!tip. 드라이플라워 만들고 보관하기통풍이 잘되는 곳에 거꾸로 세워 걸어 자연스럽게 꽃을 말린다.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꽃이 마르는 동안 인테리어 효과까지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좀 더 오래 보관하려면 투명한 유리병을 준비해 마른 잎부터 차곡차곡 넣고 그 위로 말린 꽃을 얹어 예쁘게 장식하고 뚜껑을 닫는다. 마른 꽃에 잘 생기는 해충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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