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을 떠나 있었던 1년을 제외하면 사십년 이상을 함양숙(宿) 함양식(食) 하며 살았다. 굵직굵직한 명승지가 우리 지역에 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주관적인 로컬여행을 기획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함양숙(宿) 함양식(食)’이었다. 함양에서 자고 함양에서 먹되 공정여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가까이 있지만 숨어있는 함양의 맛과 쉴 곳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을 통해 함양사람이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으로 회복하길 바란다. 함양식(食)-4 카페 & 미소 돈가스를 좋아하는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예전 미소락 식당을 운영했던 사장님이 미소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오픈하셨는데 메뉴 중에 돈가스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손수 만든 음식 중에서 ‘아 이건 그냥 사먹자’ 라며 만드는 걸 포기한 음식이 있는데 그중에 돈가스가 포함 된다. 호기롭게 돼지고기 등심을 사와서 돈가스를 만들고 튀겨 봤지만 겉은 새까맣게 타고 속은 익지 않고... 몇 번의 실패를 하고 나니 ‘그래 돈가스는 다른 사람이 만든 걸 먹자’라는 음식 좌우명이 생길 정도이다. 실패의 원인이 뭘까 고민도 해 봤지만 혼자서는 역부족. 마음을 접은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음식중 하나이다. 식당 오픈 날짜는 읍내에 걸린 현수막을 통해서 알았다. 식사 예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하니 이미 예약이 다 차서 당일에는 식사가 안된다고 한다. 아쉬웠지만 다른 날로 다시 예약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어느 날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엄마 여름방학이 오늘로 끝나요. 내일이면 개학이구요. 개학하는 아들에게 오늘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그럴까? 점심 외식하자 맛있는 거 사줄게”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저번처럼 자리가 없을까봐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방학기간 아점을 주로 먹었던 아들은 식당으로 가면서 “엄마 전 오늘 돈가스 2인분은 먹을 수 있어요. 돈가스 1인분은 좀 아쉬울 것 같아요” 평소 음식에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아들이기에 “돈가스 2인분 콜”로 맞장구를 쳐 주었다. 집에서 출발한지 5분만에 식당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지곡면 정취마을에 식당 미소가 있다. 식당 입구 돌계단을 오르자 사장님의 손길이 부지런히 거쳐 간, 잘 꾸며진 마당정원이 펼쳐졌다. 잘 정돈된 넓은 잔디밭 위에 소소한 테마로 꾸며진 여러개의 작은 정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픈준비를 위해 손수 정원을 가꾸고 돌본다고 얼마나 수고하셨을까? 고마운 마음으로 마당정원을 한바퀴 돌아본다. 볕이 뜨거워 오래 있질 못한다는 게 아쉽다. 얼른 시원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약 자리에 앉아서 부디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돈가스가 나오길 바랬다. 몇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기대하고 고대하던 돈가스의 실물을 영접하게 되었다. ‘와우 내가 먹고 싶어하던 왕돈가스!’ 돈가스 2인분을 먹겠다던 아들은 왕돈가스를 보자 “엄마 오늘 돈가스는 1인분만 먹어도 배부르겠어요. 돈가스가 진짜 커요. 아직 안 먹었지만 맛있어 보여요” 아들과 나는 먼저 눈으로 맛있게 먹었다. 소스에 적셔진 돈가스를 썰어 한입 먹어 본다. 바삭함도 적당하고 신선한 기름에 튀긴 거라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곁들어진 다양한 샐러드와 김치, 깍두기도 맛있어서 계속 손이 간다. 평소 야채를 즐겨 먹지 않던 아들도 이날은 돈가스와 함께 야채 샐러드를 맛있게 먹어 주었다. 특히 깍두기가 너무 맛있다고 세 접시를 비웠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다시 마당정원으로 나왔다. 시원한 차를 추가로 주문해 먹으면서 천천히 둘러 보았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이 있는데 음악을 하는 사장님이라 라이브공연도 할 수 있게 작은 무대도 만들어 놓으셨다. 벼를 심어 놓은 논이 옆에 있어 너무 좋다는 아들, 자연 속에 있는 것 같단다. 좀 더 시원해지면 여기 마당정원에서 차를 마셔야지. “엄마 우리 또 와요 여기 돈가스 맛있어서 또 오고 싶어요. 제 입에 딱이에요. 그리고 오늘 뜻깊은 시간 만들어 주셔 고마워요” 골목식당을 통해 유명해진 연돈이라는 돈가스가 있다. 직접 먹어보진 않았지만 나는 오늘 카페&미소의 돈가스를 먹은 것으로도 연돈 돈가스는 잊을 수 있겠다. 눈과 입이 즐거운 미소, 왠지 자주 올 것 같다. 다음에는 또 누구랑 함께 올까? 막 소문내고 싶어지네.카페 & 미소식사류: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알밥, 우동, 막국수(계절음식)음 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요거트스무디, 에이드, 차예약전화 : 055-962-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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