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음료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가는 시대는 진작 지났다. 요즘의 카페는 단기 임대업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만큼 음료를 마시는 행위보다 그 공간에 체류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카페 입장에서는 공간의 분위기를 컨셉에 맞게 나타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안의농공단지를 지나 있는 농협 미곡 창고, 카페 델리가 됐다. 창고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며 높은 층고와 넓게 트인 공간을 감각적으로 구성한 이 카페는 다양한 오브제와 빈티지 소품, 가구 등으로 분위기를 전달한다. 의류계열에서 잘 나가던 디자이너였던 박송연 사장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공간을 나의 감성에 맞게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결국 카페 델리는 30년 이상의 디자이너 경력으로 쌓인 박송연씨 감각의 종착역인 셈이다. 창고의 짐이 빠져나가고서 텅 빈 건물을 바라볼 적에 이 창고의 옛 영광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박송연씨는 79년에 지어져서 오랫동안 제 역할을 다해낸 이 창고를 새롭게 단장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가드닝과 디자인. 감각적인 디자이너로의 정체성과 농협 창고의 정체성이 합쳐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양동이에 담긴 식물과 나무 소재로 된 빈티지 가구들, 벽에 단차를 두고 걸린 농기구, 한스 웨그너 등 거장이 디자인한 의자와 책상들. 어디에 눈을 둬도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박 사장의 의도다. 카페의 시그니처는 건강이다. 동물성 유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숲속의 버터라고 불리는 아보카도를 사용한 커피. 천연발효종을 장시간 숙성시켜 만든 건강한 식사빵 등이 시그니처다. 박 사장은 “카페에 와서 오랫동안 책을 읽어도 좋고 늘어져서 푹 쉬어도 좋으니 공간의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카페 델리에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박 사장의 감성과 철학이 돋보이는 카페 델리. 위치는 경남 함양군 안의면 이문길 3(이문마을회관 맞은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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