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는 말 그대로 혼돈이다. 어떤 규칙도 있을 수 없는 말 그대로 무질서, 제멋대로(random), 뒤죽박죽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과학은 이러한 현상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우리 삶의 영역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현상일 뿐 아니라 카오스의 배경에는 질서와 규칙성, 나아가 보편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카오스가 품고 있는 질서는 어떤 것인지 아주 간단한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마치 양자역학의 핵심적 내용이 간단한 전자의 이중슬릿에 의한 간섭현상에 대부분 들어있는 것과 유사하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 종들이 무생물적인 존재들과 더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특정한 종의 개체 수가 더 늘어날지 아니면 줄어들어 멸종에 이르게 될지 알고자 한다면 이 상황을 기술하는 수학적 방정식을 세움으로써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숲속에 사는 토끼의 미래를 예측한다고 하면 우리는 토끼의 마릿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정식을 세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가장 단순하게 나타낸 수학적 표현이 바로 로지스틱 맵이다. 일단 맵(map)이란 변화하는 값이 있다고 할 때 번째 값과(n+1)번째 값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숲속의 토끼의 경우 n번째 해의 마릿수와 (n+1)번째 해의 마릿수와의 관계인 것이다. 그 수학적 표현은xn+1=rxn-rx2n으로 나타낸다. 여기서 일단 은 번째 해의 토끼 마릿수 비율(숲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를 1이라 할 때 현재 마릿수의 상대적 비율)이며 r은 매년 1마리의 토끼가 평균적으로 낳는 새끼의 수이다. 다시 말해 토끼의 번식률로 보면 된다. 그리고 안타까운 가정이지만 새끼를 낳은 토끼들은 1년만 살고 죽는다고 가정하자. 이 예는 실제 생태계를 정확히 기술한다기보다 아주 단순화시킨 모형(model)일 뿐임을 상기하고자 한다. 실제 모형은 훨씬 복잡할 것이지만 이 글에서의 목적은 이처럼 단순한 모형에서도 카오스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수식은 두 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항은 선형이고 둘째 항은 제곱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에 비선형이다. 첫 항의 의미는 (n+1)번째 해의 마릿수가 n번째 해의 마릿수에 단순 비례함을 나타낸다. 만일 첫 항만 있다면 매년 1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으면 (r>1) 토끼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r>1) 토끼는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둘째 항, 즉 비선형 항 때문에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 일단 (-)부호로 인해 이 항은 분명 토끼 마릿수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먹이나 천적, 화재나 홍수 같은 재난에 의한 효과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이 항으로 인해 토끼가 매년 1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다하더라도 계속 증가할 수 없게 된다. 토끼가 점점 증가하여 최대 마릿수에 가까워질수록 증가를 방해하는 요인들 (둘째 항)이 더 두드러져서 토끼를 감소시킬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수학적 모형은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생태계의 변화 요소들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형과 카오스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일단 카오스 현상을 보이는 것은 매년 변화하는 토끼의 마릿수 비율, 즉 xn이다. 즉 해가 바뀜에 따라 토끼 마릿수가 규칙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로지스틱 맵은 그냥 계산기만으로도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 즉 이미 값들은 결정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값은 전혀 규칙성이 없이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항상 카오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토끼 1마리가 낳는 새끼의 수 r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r을 변화시킴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 r을 보통 매개변수, 혹은 파라미터(parameter)라고 부른다. 매개변수의 변화에 따라 어떤 값에서는 매우 규칙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다른 값에서는 규칙성이 없는 카오스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 카오스가 품고 있는 질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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