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몇 달 전 부터 물이 나왔다 끊겼다 하더니 또 물이 안 나옵니다. 상수도에 문제가 생기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우리 집에 물이 제일 먼저 끊어집니다. 우리 집은 물탱크와 표고가 비슷한데다가 배관이 마을 아래쪽으로 많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제일 먼저 물이 끊어지게 설계되어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가장 마지막에야 재공급됩니다. 관정에서 문제가 생겨 탱크에 물이 바닥을 보이고 난 뒤 다시 물을 채우기 시작하면 다른 집들은 두 세 시간 뒤에 물이 나오지만 우리 집은 이틀 쯤 지나야 다시 물이 나옵니다. 지하수가 많이 고갈되어 펌프로 끓어 올릴 수 있는 양이 적다보니 물탱크를 채우는데 이틀은 족히 걸린답니다. 우리 집은 탱크에 물이 가득 차야 그 수압으로 나오게 됩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샤워를 하는데 수압이 약해지길래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끊어져버렸습니다. 비누칠하고 거품을 막 씻어내려는 참이었네요. 이장한테 단수 사실을 알리고 한밤중에 물통을 들고 샘물을 길어왔습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닥치면 정해진 순서대로 대처를 합니다. 마을에 샘이 하나 있으니 급할 때 도움이 되네요. 다음날 아침에 혹시나 하고 물을 틀어보니 역시나입니다. 주말이라 민박 손님이 예약되어있었는데 어렵게 양해를 구하고 취소시켰습니다. 하필이면 여름 성수기 주말에 이런 사단이 생기니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마을 공동 지하수를 판 게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맑은 암반수 인데다가 수량도 충분하고 물맛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지하수량이 줄어들더니 이제는 완전 고갈되어 물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습니다. 다급한 상황이라 물탱크에 계곡물을 연결하였는데 이 물은 상류에 사람이 살기 때문에 식수로는 불가하고 허드렛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관정 컨트롤 박스는 왜 이리 고장이 잦은지... 물이 끊어지면 솔직히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공기가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물이 안 나오는데. 물론 대도시 상수도는 물맛이 안 좋을 뿐더러 식수로 먹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어쨌든 집에 물이 안 나오면, 더군다나 폭염에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줄줄 흐르는 이 때 물이 안 나오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일을 하면 씻어야 하는데 씻지를 못하니 일 하기가 망설여집니다. 물론 샘물을 길러 씻을 수는 있지만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지요. 언제 단수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올 여름 민박은 포기했습니다. 생수를 사서 먹는 형편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난겨울에 보도블록 드러낸 걸 얻어왔습니다. 연말에 지방 행정 예산이 남으면 중앙으로 반납하지 않고 보도블록 교체에 예산을 써버린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런 돈이 생기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할 게 아니라 마을 상수도 정비하는데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것도 물이 그나마 조금씩 공급되고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넋두리일 뿐이고 지금 우리 마을은 식수 문제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이 불을 끌 수 있는 물을 찾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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