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시골 마을에 태어난 나는 어릴 때부터 또래 아이들과 늘 자연 속에서 뒹굴며 어울려 놀곤 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놀이였고 그 놀이가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놀이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놀이도 아니고 그저 같이 어울릴 상대만 있으면 흙이든 풀이든 돌이든 나뭇가지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최고의 장난감이자 놀잇감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놀이 문화는 어떠한가? 어릴 때부터 형형색색, 모양도 크기도 기능도 다양한 값비싼 장난감들이 집안을 메워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난감들이 넘쳐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그 장난감을 계속해서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금방 싫증을 내고 다른 장난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더 이상 장난감만으로도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값비싼 게임기로 바꾸어 주게 된다.
휴대폰이나 게임기가 우리 생활에 널리 보급된 지는 불과 30년도 채 안되는데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기계에 맡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놀이이고 그 놀이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노는 것도 돈이 있어야 놀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아이들의 놀이는 마치 블랙홀처럼 점점 기계 속에 빠져 지금은 현실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이제 게임기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심심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신체의 모든 신경 세포는 오로지 게임기를 찾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온라인 게임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그로 인한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들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아이만 시대에 뒤떨어지게 키울 수 없다며 마치 요즘 트랜드에 맞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 삼는다.
어릴 적 내가 자연 속에서 놀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또래들과 어울려 놀게 할 수는 없을까? 예전 우리의 놀이는 지금처럼 정해진 게임 룰로 승패를 가리는 놀이가 아닌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새로움을 창조하고 여럿이 함께 어울림으로써 협동심은 물론 의사소통 능력과 표현력과 같은 사회성을 기르고 삶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최고의 학습장이기도 했다. 이처럼 놀이는 어려운 것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데 정말 많은 돈이 든다. 그런데 노는 것까지 돈이 들어야 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일상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놀이가 곧 최고의 학습이 될 수 있는 간단한 놀이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재미있는 놀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집안 물건들을 하나씩 정하여 놀이를 창조해 보도록 한다. 놀이의 방법과 규칙도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버려지는 물건들도 좋은 놀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또는 재료를 한 가지씩 정하여 놀이를 창조해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예: 병뚜껑, 신문지, 빨대, 휴지 등) 이때, 아이들만이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아이디어를 모은다.
2. 일주일에 1~2회 가족의 날로 정하여 각자 창조한 놀이를 직접 해 본 후 각자의 소감을 나눈다. (가족 간의 친밀한 유대 관계 형성은 물론 정서 발달과 의사 소통 능력과 언어 표현력이 길러지고 사회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3. 몸으로 하는 놀이가 아니더라도 집안의 물건이나, TV 프로그램, 음식 등으로 가족들이 돌아가며 질문을 한 가지씩 만들고 다른 가족들이 답을 하는 놀이도 추천한다. 질문을 만들 때는 단순하게 정해진 답이 아닌 논리적인 사고력으로 다양한 생각을 요하는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높이 평가해주고 칭찬해준다.
비록 간단한 놀이이지만 놀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해 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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