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을 떠나 있었던 1년을 제외하면 사십년 이상을 함양숙(宿) 함양식(食) 하며 살았다. 굵직굵직한 명승지가 우리 지역에 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주관적인 로컬여행을 기획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함양숙(宿) 함양식(食)’이었다. 함양에서 자고 함양에서 먹되 공정여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가까이 있지만 숨어있는 함양의 맛과 쉴 곳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을 통해 함양사람이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으로 회복하길 바란다.우리는 올여름 마천면에서 먹으며 쉬어 갑니다 여름의 함양은 참 복 받은 곳이다. 30분만 달려가도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들이 우릴 반겨준다. 백무동, 칠선, 추성, 용추, 화림, 부전계곡 유명한 이 계곡들을 외지인에게 양보하고도 현지인들이 가는 숨은 계곡 맛집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고향에 살면서 점수를 후하게 줄법도 한데 웬일인지 나의 고향점수는 좀 박했다. 그런데 주간함양 시민기자로 함양宿 함양食을 기획 취재하며 함양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녀보니 그동안 내가 매겼던 고향점수가 엉터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에휴 그동안 나는 백지장 같은 지식으로 내 고향을 평가 절하했음에 함양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외지인들이 다녀간 후 리뷰와 포스팅을 남긴 식당 중 한곳을 정했다. 그리고 더운 여름이라 시원한 계곡의 고장 마천이 끌렸다. 어떤 길로 마천면을 갈까? 지안재-오도재 꼬불꼬불한 길로 가면 짧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은 할 수 있지만 오르막 오를 때 헥헥 거리는 나의 차에게 미안해서 패스. 휴천-유림-마천길은 볼거리는 많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니 패스. 이번에도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괜히 고민하는 척 했다. 팔령 고개 넘어 인월-산내-마천 가는 길로 핸들을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하고 친절한 함양食 동반자도 2명이 생겨서 혼밥을 안해도 된다. 함양읍을 떠나 마천 가는 길에 들어서는데 이 기분은 뭐랄까? 화려한 도시, 답답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설렘과 기대감이 풍선처럼 계속 부풀어 오른다. 셋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마천면의 식당들이지만 마천면 어느 식당을 가도 고기는 맛있다는 진리는 통하리라고 본다. 오늘 내가 가는 식당은 수정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는 집으로 알려진 마천흑돼지촌식육식당이다. 그동안 고기는 석쇠, 돌판, 솥뚜껑 등에만 구워 먹어봤지 수정불판은 첨이라 그 맛이 궁금해서 선택하게 된 식당이다. 예약 전화를 미리 해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테이블마다 예약 손님의 음식으로 김치찌개가 가장 많이 차려져 있었고 덩그러니 우리 테이블만 고기 굽는 테이블이었다. 어쩔수 없다 취재를 해야하니 밑반찬이 마음에 들었던 게 요즘 한창 나오는 제철재료를 가지고 차려내서 더 맛있게 먹었다. 투명한 수정불판에 생고기를 올려서 구울 때 불 조절을 잘못해서 연기가 날 때 친절한 직원분이 달려 오셔서 깔끔하게 해결해 주시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수정불판에 올려진 고기가 앞뒤로 맛있게 익어지고 고소한 고기향이 코끝으로 전해지자 입안에서 아우성이다. 빨리 달라고. 한쌈 크게 싸서 고기를 씹어본다. 맛있다! 진짜 맛있다! “여기 고기 맛있네. 수정불판이라 그런가?” “나중에 남편, 애들 데리고 꼭 와야겠네” “부모님도 모시고 오고 싶네” “친구 모임 장소를 여기로 해야겠어” 함께 동행한 일행들은 이미 서너번의 재방문을 확언했고 나 또한 가족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고기를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우리는 밥과 함께 먹을 찌개를 골라야 했는데 김치찌개와 청국장찌개를 놓고 잠깐 고민했다. 김치찌개를 주문하면 청국장찌개가 먹고 싶을거 같고 청국장찌개를 주문하면 김치찌개가 먹고 싶을거 같고 맛있는 식당가면 메뉴 선정이 가장 어렵다. 그래도 우린 함양읍에 살아 그닥 어렵지 않게 올수 있으니 여름에 먹는 청국장찌개의 맛을 궁금해 하며 청국장으로 주문했다. 고기 먹은 뒤라 청국장찌개 2인분, 공기밥 2개를 주문했는데 직원분이 청국장찌개 냄비를 올려 주실 때 화들짝 놀랐다. “이거슨 3인분 같은 2인분이로세” 보글보글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구수한 청국장이 향기롭다. 잘 띄워진 청국장이 내는 그 냄새이다. “아, 우리가 찾던 그 청국장찌개야” 우리 셋은 맛있는 청국장을 한 국자씩 떠서 밥 위에 올려 슥슥 비벼 먹었다. “그래 이 맛이지” “우리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청국장이야. 며칠있다 꼭 와야 겠네” 흑돼지구이와 청국장찌개 환상의 하모니에 집나간 입맛도 살아나고 미지근한 가족애가 앗 뜨거워지는 마천흑돼지촌식육식당 점심 한끼의 힘이었다. 우리는 맛있는 것을 먹으면 다음에 꼭 누군가를 데려와서 같이 먹고 싶어 하는 착한 민족이다. 내가 지불한 비용보다 더 많은 혜택을 돌려받기 때문에 나혼자로 끝나지 않고 소중한 이들에게도 이 혜택을 누리게 하고 싶은거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올 때 사장님과 직원분이 어찌나 친절하게 배웅을 해 주시는지 감개무량 했다. 마천 오셨으니 어디 어디는 꼭 들렀다 가시라고 하며 관광해설까지 해 주셨다. 주말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이니 주말에는 예약을 하고 방문하시기를! 나는 요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음식 해 주시는 분들에게 이 더운 여름에 땀 흘려 가시면서 음식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밥을 먹고 인사를 건넨다. 이제는 주인도 손님도 성숙한 친절을 서로 베푸는 식문화가 자리 잡을 때이다.여기서 너무 쉬운 퀴즈 둘하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무엇일까요?둘. 세상에서 가장 간교한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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