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인데도 위성초등학교 다목적실이 아이들로 북적인다. 일찍와서 로봇박스를 보며 무엇일지 기대감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이곳에 어떤 마을학교 선생님들이 계실까? ◇ 마을학교로 세대공감을 꿈꾸는 위성초 학부모 이영순세 아이의 엄마로 막내가 이제 위성초 6학년. 개인적으로 아지트(함양제일교회에서 운영한 느티나무식당)에서 어르신들 점심 봉사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아이들과 마을 어르신들의 접점을 찾아오다 마을학교에서 세대공감을 꿈꾸게 되었다. 공간은 역시 아지트가 된 함양제일교회 마당을 목사님께서 흔쾌히 열어주셨다. 열린 공간으로 지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혼자 있으면 말 한마디 붙일 사람이 없어 적적하신 어르신들을 초대해 색소폰 연주자로 마을 주민도 모시고, 아이들이 준비한 장기자랑을 보여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신다. 아이들도 마을 구성원이다. 그런데 어째 마을 어른들을 봐도 쭈뼛쭈뼛하고 인사하기도 쑥스러워한다. 코로나로 더 모이지 못하고 고립되었던 어른들과 우리 아이들이 만나게 되는 것이 세대공감이 아닐까. 하지만 아직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낯설어 하는 아이들이다. 더 나아가 세대공감은 관계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수동적인 배움, 부자연스러운 배움에 길들여져 있다.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예쁨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 인성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인데 이제는 인성도 배워야하는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뭐든 시작하면 3년은 생각하니까 세대공감이 이제 다 되었다라기 보다 이제 싹이 텄고 시작이고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거다. ◇ 미래교육의 희망을 마을학교에 심는 정형구 선생저는 여기 사람이 아닌데 로봇이나 4차산업에 대한 낙후됨을 발견하고, 레고, 창의 수업들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 함양·거창 통합해서 로봇 수업이 10년 전 굉장히 활성화가 되었다가 지금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메이커라는 창업센터가 도시에는 다 있다. 그런 교육을 받으려면 도시로 나가야 되는 거다. 내 꿈은 함양에 작게라도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공간을 마련해서 대학생들과도 관심있는 아이들을 연결해주고 싶다. 마을학교를 통해 로봇수업을 해보니 아이들이 직접 조종할 수 있고 오락과도 연계되니까 아이들 반응이 너무 너무 좋다. 다른 마을학교에서도 관심을 갖고 수업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미래교육에 관심을 갖고 다시 활성화되어 로봇대회 같은 전국대회도 데리고 가고,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중학생은 또 그에 맞는 로봇이 있다. 유치원에서도 가능하다. 블록부터 시작하면 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공구를 비치해놓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어려서부터 함양의 사계절을 느끼며 구석구석 환경도 챙기는 아이들. 서지연 대표“마을학교 공간자체가 마을이다” 7월 둘째주에 상림을 걷고 물총싸움을 했다. 맨발로 아이들이 상림을 한 바퀴 걷고 준비해 둔 장비로 물총 싸움을 하며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마을 학교 행사가 끝나 해산했지만 마침 군에서 야외수영장을 오픈했고, 토요일마다 열리는 장터가 있어 상림에 더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상림’ 공간에 대한 고마움을 가졌다. 마을학교 공간은 마을이 아닌가. 상림에 굉장히 친숙한 아이들이지만, 부모님과 왔던 상림과 아이들끼리 오는 상림은 또 다른 법이다. 위성초등학교에서 향교까지 땡볕에 불평 한마디 없이 쓰레기를 주우면서 길을 걷는 아이들. 마트, 문화원, 경찰서를 들리면서 인사하고 누구냐며 물으면 “우리는 마을탐험대에요! 위성탐험대에요!” 인사한다. 지나가는 어른들의 칭찬도 받고 등굣길에서, 또 다른 마을 공간에서 느끼는 것들을 얘기하며 어떤 것을 바꾸면 좋을까하며 우리들이 사는 마을을 얘기한다. 프로그램을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을 구성원이 되어 배운다. 8km 지곡초 아이들과 함께한 둘레길 걷기. 좁은 교실에서는 수업 진행도 어려웠던 천방지축 아이들을 품는 것도 전혀 문제없다. 갇혀진 곳에서만 수업하다가 오히려 그 아이들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고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곳이 마을학교다. 위성초등학교 마을학교인 위성탐험대 구성은 서지연 대표, 이영순 선생, 정형구 선생, 최선영님 그리고 연주쌤! 이 중 위성초 학부모는 두 분 뿐이다. 서지연 대표님은 지곡초등학교에서 1년 마을 학교를 먼저 경험해 흔쾌히 대표를 맡아주셨다. 다른 분들은 현재 다른 초등학교에서 방과후수업을 맡고 계시는 선생님이고, 그 중 한 분은 미혼이다. 어떻게 이런 구성이 가능한지 궁금해 하니 <보람줄>이 있었다. 대표님이 6년 동안 1~2학년 아이들에게 매주 목요일마다 아침에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회였고 여기에서 인연이 마을학교의 새싹이 된 셈이다. 마을 공동체로서 마을학교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사실은 이게 우리 모두가 바라는 교육이다’로 바뀌어 가고,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마을공간을 체험할 기회를 주고, 지역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 아이들이 쓰레기를 주우며 섬기는 모습을 본 어른들의 인정을 받으며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걷는 발걸음에 맡겨보는 것. 그냥 이 아이들에게 이곳이 너의 배움터가 될 수 있다고 지역을 열어 보여주는 것이 2학기에 열 마을잔치도 편한 축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1학기를 무사히 잘 보낸 것, 아이들에게 고마움,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함이 마음에 가득해 ‘아! 조금 보람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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