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한번 심어만 놓으면 매년 알아서 꽃을 피워주고 병이 없기 때문에 따로 관리가 필요 없어요. 정원에 꽃나무를 심으시려면 장미를 심으세요” 오래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떠벌리며 장미를 전도하였습니다. 20년 전 집을 짓고 시골 난장에서 사서 심은 넝쿨 장미 세 그루가 실제로 그랬기에 장미만큼 가성비 좋은 꽃나무는 없다고 믿었고 그 믿음을 전도한 것입니다. 두 그루는 이름도 모르고 분홍장미, 노랑장미로 부르다가 얼마 전에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라디오와 에버골드라는 독일장미입니다. 묘목상이 좋은 거라며 세 그루 오만원 받아서 장미가 왜 이리 비싸냐고 투덜거리며 샀는데 이렇게 멋진 이름 있는 장미였네요. 이제 알고 나서 이름을 불러주니 다시 보입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름을 불러주니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습니다. 또 한그루는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국민장미 안젤라입니다. 장미에 재미를 붙여 꾸준히 세 그루, 다섯 그루씩 늘려 이제는 심을만한 자리에는 다 심었습니다. 올해 18그루로 가장 많이 심었네요. 이제 장미는 다 심었습니다. 잘 키워서 매년 장미가 절정일 때 도시에 사는 친구들을 불러 소박한 가든파티를 할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소한 아니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국의 장미전문 육종회사 데이비드 오스튼 장미를 봐 버린 겁니다. (하아~ 올해 들인 18그루를 오스틴으로 들였으면~ 정말 대단한 가든파티를 기대할 수 있을 텐데...) 물릴 수만 있다면 물리고 싶네요. 새로 오스틴 장미 들이려고 하니 아내가 엄하게 꾸짖습니다. 심어 놓은 장미도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서 계속 사 모은다는 것입니다. 아들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웃습니다. 하지만 장미가 아무리 많다한들 오스틴이 없는 정원을 장미정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이 장미들은 한마디로 명품입니다. 그런데 여태 모르고 있다가 정원에 장미를 가득 채우고 나서 알게 된 겁니다. 오픈 런~ 명품 구입하려고 백화점 문 열면 달린다는 뉴스보고 웃었는데 내가 이렇게 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스틴 장미는 명품으로 알려져 수입물량이 항상 부족한데 이번에 모 화훼업체에서 일부를 들여와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였습니다. 전국의 장미 애호가들이 한 달 전부터 이 정보를 접하고 오픈 날짜만 기다렸는데 내가 여기에 줄을 서서 달리게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인기 있는 품목은 일 초 만에 품절이 되었는데 평소 손가락 운동을 열심히 한 나는 아들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향기 좋고 아름다운 병충해에 강하고 풍성하고 서리 내릴 때까지 반복해서 핀다는 오스틴 사의 명품 장미 4그루 주문에 성공하고 한 달 걸린다는 배송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내 돈 주고 샀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은 적이 없네요. 이것도 다 한 때 바람이란 걸 알고는 있습니다. 인생 뭐 별거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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