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그림을 배우는 사람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것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차이점은 무얼까? 머뭇거리게 된다. 그림은 수준의 한계를 정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그리든, 배우면서 그리든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서 보고 그리기도 한다. 야외에서 그리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른다.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다. 야외에서 도구를 펼쳐놓고 여유 있게 그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온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그림 그리기를 중단해야 된다. 또한 며칠동안 야외에서 그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야외에서는 짧은 시간에 대상을 포착하여 단숨에 그려야 하고 사실 묘사보다는 간단명료하게 주제를 표현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야외에서 직접 풍경을 보고 그리는 것을 사생화라고도 하고 야외스케치, 담채화 또는 어반스케치가 포함된다. 그러기에 세세하게 차이점을 따지지 않는다면 다 같은 표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반스케치(Urban sketching)라는 용어는 화가이자 기자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가 2007년에 시작한 국제미술운동이다. 어반스케치를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도시의 건물을 그린다’ 이다. 그러나 넓은 범위에서 보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다거나 주변의 풍경을 그리는 것까지 포함된다. 진정한 어반 스케쳐가 되려면 장소의 실제 모습을 온전히 그려야한다는 일종의 단체협약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면 왜 도시를 중심으로 어반스케치 모임이나 동아리들이 많이 생기고 평생교육기관에서 개설하여 수업하고 있을까? 우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어도 나만의 스타일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이고, 크기에 규제가 없으므로 손바닥만 한 종이에도 그릴 수 있다. 또한 재료의 제한이 없어서 부담이 없다. 연필, 펜, 수채물감, 오일파스텔 등등 그릴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된다. 그리고, 그러니까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자 하는 풍경을 종이에 꽉 채울 필요도 없고 내가 그리고 싶은 대상을 하나만 그려도 된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10년 넘게 전국을 다니면서 사라져가는 동네 슈퍼마켓만 그려서 화 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특별한 주제로 꾸준히 그려서 책으로 엮어낼 수 있는 것도 어반스케치의 매력이다. 어반스케치가 도시로부터 시작하여 전국적인 바람을 타고, 함양에도 그 바람이 불어왔다. 함양문화원에서 ‘함양을 그리다‘는 어반스케치 강좌를 개설하여 많은 수강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5월 중순 개설 전만 해도 수강생이 얼마나 될까 걱정하였는데, 개설하자마자 수강생이 몰려들어 정원을 초과하였고 최고의 인기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문화원의 이 강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고, 수강에 대한 편의 제공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높은 수강 률을 가져왔을 것이다. 6월18일 토요일에는 상림에서 유명작가 20여명과 군민들이 함께 하는 야외스케치 행사가 있었는데 유아부터 성인들. 문화원수강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과히 어반스케치에 대한 관심도를 체감할 수 있는 행사였다. 혹자는, 함양은 도시가 아니라 시골인데 ‘Urban’ 이 아니라 ’rural’ 이라고 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자기가 보고 느끼는 대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가 유행하기도하고, 천에다 그림을 그리는 천아트, 팝아트 등등... 어떤 방법으로든 표현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는 것이야 말로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바람직한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특정 경향의 미술운동은 시대 환경에 따라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성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서 꾸준히 관심을 이어가야한다. 그래피티 아트도 처음에는 낙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어반스케치가 미술계에서 하나의 장르로 평가 받기위해서는 단순히 그린다는 즐거움을 더 나아가, 기본기를 충실히 익혀야한다. 건물을 그리기위해서는 투시도법을 알아야 하고 명암에서 오는 양감, 질감, 색채감을 배워야한다. 꾸준히 실력을 키워서 취미 활동에서 더 나아가 수준 높은 어반스케치 작가들의 탄생도 기대해 본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은 우리 함양의 이런저런 풍경들이 어반스케쳐들의 손에서 어떻게 표현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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