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섯 번째 개인전을 치른 홍동초 작가. 병환을 극복하고 더욱 활발하게 활동에 나선 홍동초 작가의 열정을 따라가 보았다. 파노라마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회장은 함양이 더욱 아름답고 웅장하게 표현돼 있었다. 비온 뒤 물결이 살아있는 농월정, 한 눈에 들어오는 남계서원과 청계서원, 꽃으로 뒤덮인 상림이 그야말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상림의 가을을 표현한 작품은 7미터에 달했으며 18컷을 사용해 완성됐다. 파노라마를 대형으로 찍는 사람이 없다보니 서울에서 작업했던 사람도 현상하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기본 10컷 이상이 되어야 완성되는 파노라마. 상림은 파노라마 찍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췄으니 그가 놓칠 리 없다. 30여년간 그는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는 법. 전국을 다니며 렌즈에 세상을 담았다. “사물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실물이 사진으로 나오는 게 재미있고 좋았지.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래서 또 떠나고” 그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걷고 또 걷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사진은 발로 찍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그곳이 어디든 가야했다. 새벽이슬을 맞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짜 사진은 새벽에 찍어야 해. 새벽사진이 색상이 제일 좋아, 빛이 가장 아름답지” 지금처럼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을 사용했던 시절, ‘필름사진 하면 홍동초’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사진’ 하나로 인정받은 홍동초 작가. 학술적인 건 몰라도 사진 찍는 건 자신 있었다는 그는 매 순간 신중하게 셔터를 눌러 인생작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은 전국민속사진 공모전 금상(1995), 대한민국사진 전람회 입선(1998) 등 300여개의 수상작을 탄생시켰다. 특히 사진작가협회지부장을 맡을 당시 2014년 함양의 한옥사진을 찍은 것이 계기가 돼 그의 렌즈를 통해 함양의 아름다움이 재발견됐다. 나이가 들면서 홍동초 작가의 렌즈에는 고향이 담기기 시작했다. 고향 함양은 누군가 기억하지 않으면 지워지고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 네 고향사진을 찍으라고 말하지. 고향사진으로 전시회를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고” 퇴직한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한다. 홍동초 작가는 그들에게 사진을 취미로 배워볼 것을 권했다. “사진이 비싼 취미긴 하지, 돈도 많이 들고. 좋은 렌즈는 젊은이의 눈과 같은 거야. 장비 욕심이 자꾸 생기는 거거든” 하지만 욕심을 조금 버리고 사진을 취미로 갖는다면 좋은 것 투성이다. 좋은 곳을 가게하고 좋은 것을 보게 한다. 느긋하게 주위를 살필 수 있게 하고 많이 걷게 하니 건강에도 좋다. 디지털로 바뀐 지금은 사진 찍기가 더 쉽다. 마음껏 찍고 마음에 드는 것 한 장을 고르면 된다. 필름카메라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렌즈에 진심을 담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아름다운 다볕의 사계, 천연기념물 소나무, 함양의 한옥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그가 아직도 찍어보고 싶은 장면이 남아 있다. 함양의 밤하늘, 태양이 사라진 뒤 고요함을 더해주는 별빛을 렌즈에 담아내겠다는 홍동초 작가. 어둠 속에서도 그의 작품이 여전히 반짝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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