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서하면에 있는 LH함양서하어린이도서관에서 2주에 한 번씩 인형만들기 수업이 열린다. 처음엔 여기까지 누가 올까 싶었지만 면사무소와 카페서하, 서하에서 열린 봄놀장에서도 인형만들기 수업 팜플렛을 만들어 돌리며 참여자를 모집했다. 참가자가 많을 시 지역 어르신들과 다문화 가정 어머니들을 우선적으로 모시기로 했다. 처음 참여자는 서하면에 거주하는 여섯 살 네 살 아이를 둔 다문화 어머니 한 분과 여든이 훌쩍 넘으신 어르신 한 분으로 시작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또박또박 우리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동화책을 읽어주던 반짝이던 눈동자를 잊지 못해 인형만들기 프로그램 참여를 권했던 분이다. 직접 모시러 가고 모셔드리는 수고를 하며 참여를 도왔다. 우리말이 서툴러도 야무진 손으로 누구보다 바느질을 잘했다. 강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면 곧잘 해내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고, 바쁜 일손을 잠시 놓고 참여한 만큼 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아 타국에서 퍽퍽한 삶이 잠시라도 좀 재미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은 도서관이 2층에 있는 탓에 계단 오르기조차 버거워하셨지만 젊었을 때 손수 모시 적삼을 만들고 손바느질로 아이들 옷도 해서 입혀 키우셨다고 말씀하시며 인형 만들어 주면 손주가 좋아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스무 살 때 신랑 얼굴도 모르고 이곳으로 시집오신 얘기며 다니시는 서하교회 이야기, 이제는 장성한 자녀들이야기, 옛날에는 서하가 이랬었다하는 우리는 알 수 없는 그때 그 시절들을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며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입소문을 듣고 지역민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하시는 분들은 시종일관 행복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유는 사랑하는 손주를 줄 생각에, 행복해 할 아이를 생각하면서 인형 눈을 달고 귀를 달고 어떤 옷을 입힐까 고민하시며 만드시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월평마을에서 손주를 데리고 도서관에 오시는 민설이 할머니다. 손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찌나 다정하고 온화하신지 모른다. 또 다른 분은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해 주신다며 주말을 꼬박 인형을 만들어 오시는 분도 계시다. 어떤 분은 서하에서 일을 하시면서 도서관에 들리셔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형을 만드시면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신다. 두 살배기 애기를 업고 참여하는 LH단지 주민은 “이렇게 아이를 데리고 참여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는데, 집에서 가까이 있는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혼자 할 수 없는 좋은 취미를 갖게 되고, 코로나 때문에 외부 분들도 만나기 어려운데 이렇게 인형만들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2주에 한 번이 너무 길다며 자주 만나고 싶다고 참가자분들이 말씀 하실 때 미소가 지어지고 보람을 느낀다. 이곳에서 좋은 분들이 많이 연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주로 헌 옷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부산에서 백전으로 귀촌하신 인형만들기 강사 선생님의 열정으로 부산 원단 시장을 훑어 다양한 원단들과 단추 및 레이스 부자재까지 갖춰졌다. 어떤 인형들이 우리 손을 통해 만들어지고 또 어떤 행복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게 될까?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LH함양서하어린이도서관이 어린이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셔서 발걸음을 못하신 분들에게 도서관이 잘 알려지는 계기도 되길 바란다. 사실 도서관에는 LH에서 새 책으로 기증해 준 어른 책들이 천여권정도 된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작은도서관에서 하는 정기적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생겨났으면 좋겠다.<내 손으로 만든 인형> 프로그램은 지리산 작은변화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시작되었다. 장소는 면장님과 담당 박정현주무관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LH함양서하어린이도서관에서 5월부터 2주에 한 번씩 수요일 오전 11시에서 3시까지 열린다. 여름 방학 때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성 있는 인형들을 만들고 영상으로도 담아 볼 수 있는 시간도 갖으려 계획하고 있다. 소소하게 손 바느질로 한 땀 한땀 만들어진 인형들은 각자의 바람과 소망을 담아 이야기를 입고 어느 정도 인형이 모아지면 어린이 도서관에서 전시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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