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만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가슴을 크게 채웁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오늘은 날씨가 눈치껏 행동합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쉼을 하며 그친 것입니다. 마치 꽃 만나라고, 바람 만나고 오라고, 구름 만나고 오라는 듯 비켜준 시간! 놓치고 싶지 않은 귀한 시간, 햇살 환하게 빛나는 반짝이는 시간이라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수변공원을 걸어보았습니다. 언제 비가 왔는지 시치미를 딱 떼고 파란 하늘엔 솜사탕 같은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들판엔 노란 금계국과 하얀 개망초꽃이 피어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실어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네요. 노랑과 하양과 파랑이 어우러진 환상의 풍경이 자기들을 봐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나의 시선을 잡아당기며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살아있다는 것,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시간입니다. 나는 헤르만 헤세가 됩니다.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푸른 창공으로, 널따란 들판으로 달려갑니다.오 보라!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나직한 멜로디처럼 구름은 다시 푸른 하늘로 멀리로 떠간다 긴 방랑의 여정에서 나그네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스스로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구름을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해나 바다나 바람과 같은 하얀 것, 정처없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고향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누이들이며 천사이기 때문에.나의 입에선 어느새 헤르만 헤세의 ‘흰 구름’이라는 시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옵니다. 구름과 바람과 자연을 그리고 방랑을 사랑한 헤르만 헤세! 여름 한 철엔 그 어떤 시인보다도 그가 많이 생각나는 것은 구름과 바람이 장관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방랑은 싫어요. 나는 함께 걷는 것이 좋아요. 살아가다 보면 종일 비 내리거나 바람 불 때가 있고 천둥 번개 치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에도 맑고 깨끗한 시간, 화사하게 햇살 반짝이는 시간, 바람이 살랑이고 몽실몽실한 구름이 흘러가는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실망하지 말아요. 포기하지 말아요. 힘을 내어 서로에게 용기를 주며 토닥이며 함께 걸어가요. 함께 걷는다는 것은 작은 행복 아니 큰 행복입니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 중 하나는 함께 걷는 것이지요. 같은 방향으로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걸어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함께 함께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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