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동요가 있다. “동구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 향기로 호강을 누린다. 봄 날이 실감난다. 꽃송이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피었다. 밭일 가는 길에 우유 빛깔보다 하얀 꽃을 한 송이 따서 향을 맡으면서 먹어 본다. 그 옛날의 그 맛이다. 꽃 구경 한참에 문득 꽃에 꿀벌들이 보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벌들이 어디로 갔을까? 어린 시절 흙담벼락에서 벌들을 잡으면서 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진흙으로 쌓아 올린 담벼락에 콩알만 한 구멍이 많았다. 꼬챙이로 그 속을 후비면 꿀벌처럼 생긴 다양한 벌들이 세 마리, 네 마리씩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이 다가기 전에 그 많았던 흙담벼락 구멍 속의 벌들이 보이지 않았고 더 이상 벌 잡기 놀이도 없어졌다. 이후에 보았던 벌들은 땅벌, 바다리, 대추벌(말벌), 호박벌... 이런 종류의 벌들을 자주 보았다. 지난 겨울을 나면서 많은 양봉 꿀벌들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꿀벌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미 여러 종류의 토종 토착벌도 사라졌고 몇 년전에 토종 꿀벌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거의 전멸했다. 당연히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토종벌이 애벌레 상태에서 전염병에 감염되어 사라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봉벌이 지난 겨울부터 올 봄까지 우리나라에서만 약 78억 마리 사라졌다. 이는 남부지역 꿀벌 사육의 약 60%에 해당 한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진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꿀벌의 몸에 붙어사는 응애와 진드기 피해, 고독성 농약의 살포, 전자파, 기타 천적 등 여러 원인에 의한 상호작용에 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 했는데 꿀벌이 해왔던 일들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다. 벌은 우리가 이용하는 식량자원의 약 30%를 수정 한다. 또한 꿀벌은 전 세계에 40만여 종의 식물 가운데 75%의 번식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초식 동물들도 식물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꿀벌의 역할이 초식 동물의 생육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꿀벌의 이와 같은 생태 서비스의 공익적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하기가 어렵다. 우리 인간은 꿀벌들을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많은 것을 얻어 왔다. 달콤한 꿀, 꽃가루, 여왕벌이 먹는 로얄젤리, 염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프로폴리스, 약용으로 쓰는 봉독(벌독) 등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꿀벌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벌들이 우리에게 제공해 왔던 모든 것들을 쉽게 얻지 못하거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사과, 배, 딸기 등 과수의 수분을 위해 꽃이 피는 시기에 꽃가루를 채취하여 인간이 붓을 들고 수분을 직접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 인간들이 꿀벌들과 공생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관련 기관과 학계에서는 꿀벌과 관련된 각종 병해충의 조사 연구와 발표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전문 교육자료 제작(양봉농가, 과수농가, 대국민), 농약 살포 기준마련, 양봉농가 자격기준 마련, 꿀벌 살리기 장단기 정책마련 등을 해야 한다. 농약제조 회사는 꿀벌에게 피해가 적은 과수 살충제, 제초제, 진드기·응애 잡는 약의 개발이 시급하다. 공공기관에서는 꿀벌의 공익적인 역할과 환경보호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꿀벌들이 이 지구상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이해하고 가정마다 화단에 꽃을 잘 심고 가꾸어서 꿀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놀이터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양봉농가협회에서는 이러한 전반적인 일들이 잘 이루어져 나아갈 수 있도록 꿀벌 살리기 대국민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꽃이 피어있는 곳 어디서라도 잉잉 거리며 날고 있는 꿀벌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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