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밀린 이자 조금 받고 있네요. 원금은 아직 하나도 못 받았습니다. 돈 얘기가 아니고 비 얘기입니다. 연체 이자 받듯 조금씩 내려주는 비,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허리 숙여 받고 있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가뭄 끝에 농비가 내려 들판은 이제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불안한 활기입니다. 그동안 가뭄이 심했기에 이 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감나무 과수원에 감들은 열매는 맺었지만 이어지는 가뭄에 커지를 못하고 있다가 이제 겨우 손가락 마디 크기로 열매를 키웠습니다. 텃밭도 기사회생했습니다. 그동안 성장이 멈추었던 작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기 시작합니다. 고추, 수박, 복수박, 오이, 참외, 토마토, 방울토마토, 호박, 비트, 감자... 등등 심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군데서 심은 적이 없는 박꽃이 피고 있습니다. 뭐지? 무슨 줄기가 이렇게 무성하게 잘 자라는 거지? 하고 보는데 하얀 박꽃이 피어있습니다. 복수박을 심었는데 수박꽃이 안 피고 박꽃이 핀 것입니다. 복수박을 박으로 접붙였는데 복수박은 자라다가 쪼그라들고 힘이 좋은 박만 겁나게 자랐습니다. 이런 일은 다반사입니다. 감나무는 고염나무로 접을 붙여 묘목을 만드는데 가끔 접목부위 아래서 고염이 슬그머니 순을 올리기도 하고, 장미도 찔레에 접을 붙여 묘목을 만드는데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찔레꽃이 장미인 척하며 꽃을 피웁니다. 어쨌든 다른 복수박 묘목들은 정상적으로 복수박을 한 개씩 두 개씩 달고 있습니다. 방울토마토와 토마토도 소박하게 열매를 키우고 있네요. 고추는 며칠 전에 풋고추 두 개 따 먹고 끝~ 했는데 이번 비로 생기를 찾았습니다. 적어도 찬으로 먹는 풋고추는 나올 것 같습니다. 수박은 순을 잘 따 줘야 제대로 열리지만 참외나 복수박은 대충 방치해도 열매가 잘 열립니다. 순이 많이 올라올 때만 회초리 하나 들고 위로 솟아올라오는 것만 때려주면 됩니다. 쉽고도 재밌습니다. 그동안 긴 가뭄 때문에 올해 텃밭농사는 완전 망치는 줄 알고 마음을 비웠다가 다시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쳐다보니 열매가 잘 안 커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으면 어느새 쑥 자라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큼직하게 잘 익은 달콤한 수박과 당도 높고 큼직한 노오란 참외가 자꾸 꿈에 나타납니다. 안 봐야 안 보는 사이에 커지는데 말입니다. 유월 중순입니다. 장마가 시작될 시기인데 예보는 아직 없습니다. 아직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비가 더와야합니다. 밀린 이자만 받아서 될 일이 아닙니다. 원금을 받아야합니다. 일시불 말고 분할 상환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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