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으니 회귀본능이 발동했어요.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서 병이 날 지경이었죠, 하지만 무턱대로 들어오진 않았어요. 계획을 세웠죠. 5개년 계획을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 제대 후 고향을 떠났던 송윤섭씨는 그렇게 귀촌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남에게 빌려주었던 땅을 회수하여 사과를 심고 조경수를 심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번, 귀촌하기 1년 전부터는 주말마다 내려와 농장을 관리했다. 2013년 고향에 온 그는 생산할 작목을 선택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찾았다. 또 하나, 한 번의 수확으로 수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년내내 꾸준히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작목을 나눠 관리했다. 그는 복분자, 왕대추, 미니사과, 부사를 재배하고 취미로 조경수를 가꾸면서 계획을 실현시켰다. 송윤섭씨의 첫 번째 수입원이 되는 복분자. 그의 농장에는 복분자가 9년째 자라고 있다. “복분자 나무 수명을 5~6년 정도로 봐요. 그럼 다른 땅에 복분자를 심어 다시 키워야 해요. 여분의 땅도 있어야 하고 묘목도 사야 하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4~5년 키우고 나면 복분자 농사를 포기하게 되죠” 함양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의, 수동, 백전, 지곡 등에서 작목반연합회를 결성하여 활동하는 농가가 100여 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30여 농가에 불과하다. 복분자 농가도 모두 고령화되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4년 가량 되면 죽는 복분자 나무가 9년째 자라고 있는 송윤섭씨 농장의 비결을 물으니 ‘철저한 관리’라고 말한다. 복분자를 수확한 후 다음해에 생산되기 전까지 병해충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처음 농사를 지으며 지식이 부족했던 그는 복분자를 배우기 위해 여러 곳에 견학을 다녔다. 복분자연구소를 매년 방문하여 기술을 습득하고 교육도 받았다. 배우고 실천을 반복하면서 그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복분자 줄기를 지탱시켜 주는 두 개의 철사 줄을 노끈으로 바꾸고 복분자가 생산되기 전 끈의 간격을 좁히는 방법. 이렇게 하면 좁은 줄 사이에 달려 있어서 포기해야 했던 복분자가 줄어들어 약 30%의 손실을 막았다고 했다. 현재 1800여평 농장에 복분자를 심어 지난해 기준 약 2톤을 수확한 송윤섭씨. 농협에 수매하는 것 외에도 2000여 명의 고객이 6월이면 송윤섭씨의 복분자를 기다린다. 이달 말이 되면 수확이 끝나는 복분자, 짧게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만큼 주문도 한꺼번에 몰린다. “복분자는 전국적으로 수요가 부족해요. 먹던 사람은 꾸준히 먹는데 생산농가는 고령화되어 농사를 포기하고 있거든요” 귀농귀촌코디네이터를 활동해 온 그는 귀촌희망자들에게 복분자 재배를 권하기도 했다. 복분자는 씻어 먹지 않는다. 물에 넣으면 알갱이가 풀어지기 때문이다. 그냥 먹으면 농약성분에 불안할 수 있겠지만 안심해도 된다. 복분자는 꽃 피기 전부터 수확할 때까지 약을 치지 않는다. 잡초약도 칠 수 없기 때문에 송윤섭씨는 복분자 농장에 부직포를 모두 깔아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했다. “보이지 않지만 깨끗한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먹으면 소비자도 기분이 좋죠. 농장을 잘 관리하고 깨끗하게 생산한 농산물을 고객에게 보내는 것이 곧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용 핀셋으로 복분자 사이에 들어간 이물질(이래봐야 나뭇잎 정도)을 골라내는 송윤섭의 손 끝에 고객을 향한 마음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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