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의 2주살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부 청년들은 6월17일 함양읍 별빛담은마을에 모여 함양 할머니들의 레시피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함양군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는 ㈜숲속언니들 농업회사법인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정리한 레시피는 오이냉국, 열무김치, 상추겉절이, 고추다대기, 고등어찜으로 총 다섯 가지 음식이다.“할머니 감자는 어떻게 할까요?” 청년의 질문에 할머니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말했다. “넓적넓적하게”그 모습을 보던 ㈜숲속언니들의 산들언니는 웃으며 말했다.“아니 대충 몇 센티인지 말해주면 안 되나?” 한평생 눈대중과 감으로 요리해온 할머니들의 레시피를 종이에 글로 옮겨 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감자가 두꺼우면 더 익히고 없으면 안 넣어도 되는 할머니의 자유분방한 레시피에 청년들은 ‘멘붕’이다. 청년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레시피를 정리하는 와중에도 할머니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눈 깜짝할 새 냄비 안으로 매실청이 한 번 더 들어가곤 했다. 청년들은 손이 빠른 할머니의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급기야 휴대폰을 들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나중에 동영상을 다시 보니 레시피북에 메모하지 않은 내용이 수두룩했다. 레시피를 배우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참가자 양정윤과 최민아는 웃으며 “정말 어려웠다. 요리를 돕는 것만 해도 힘든 일인데 그 과정을 정리하고 메모하려니 정신이 없다”며 “할머니께서 알려주는 요리에는 계량이 없다. 우리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옆의 할머니가 “함양으로 시집오면 더 알려줄게”하니 금방 웃음바다가 됐다. ㈜숲속언니들 콩콩언니와 이슬언니는 청년들의 좌충우돌을 의도했다고 한다. 콩콩언니는 “제일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것은 밥을 같이 먹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세대와 청년세대가 친해지면서 지역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그냥 가서 요리를 배우려고 하면 배우기 어렵다. 이렇게 강의하는 자리를 마련해서 청년들과 함께 유튜브에는 없는 진짜 할머니의 레시피를 정식으로 배우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슬언니는 “수업으로 요리를 배운다면 불편하고 오히려 계량이 정확한 레시피를 배우는 것은 삭막하다”며 “우당탕탕 요리를 배우는 해프닝을 겪고 함께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참가자 정란은 “함양 와서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이런 활동이 삶이 되어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물론 혼자서는 지루하고 힘들 수는 있는데 함께니까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인구나 인적 네트워크로 청년에게 다가가려는 ㈜숲속언니들의 마음이 잘 전달된 셈이다. 참가자 김경림은 “그냥 함양에 귀촌을 생각하고 군청에 담당자를 찾아갔다면 다른 지역처럼 딱딱하고 삭막한 느낌을 받았을 수 있을 것 같다. 청년마을을 통해서 접한 함양은 너무 행복한 공간이라”며 “함양에는 귀농귀촌 인구가 제법 있는 것으로 안다. 그분들이 건강하게 뿌리내려 있으니 교류하고 접근하기도 편할 것 같다. 앞서 정착한 귀농·귀촌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귀농한 나의 삶을 상상해봤다”고 말했다. 한편, 함양군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의 첫 번째 2주살이 프로그램은 현재 진행 중이며 두 번째 2주살이 프로그램 모집은 6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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