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농번기에 접어든 함양군 들녘에는 농사를 짓는 인부들로 가득하다. 양파를 옮기는 고된 일을 하면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화에 귀 기울여 들어보면 농장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계절 외국인 근로자 비자를 통해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들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개월 국내 체류가 허용된다. 이 기간 동안 함양군과 같은 농촌지역 농가들의 일손을 지원하고 비자 만료시기가 되면 자국으로 출국한다.
그러나 현재 함양군 농가에서 일손을 보태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 전반은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함양군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절 외국인 근로자 관내 유입 인원은 없다.
더 이상 농촌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이 되어버린 불법체류자들은 법적인 한계로 인해 계속해서 사각지대로 몰린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대규모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인원파악 조차 어려워 관리에 난항을 겪는다. 이에 최근에는 불법체류자 보건위생과 관련해서도 많은 관심이 귀기울여지고 있다.
14일 함양군청, 보건소 등에 따르면 현재 함양관내 등록되어 있는 외국인 근로자(불법체류자 포함)는 121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 근로자는 1~2차 90% 이상, 3차 77%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불법체류자와 같은 미등록 외국인들은 이름을 비공개로 처리하여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불법체류자와 관련된 코로나 확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양 보건소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업체와 농가에 적극 협조를 요청해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있다”며 “불법체류자의 경우 정확한 인원집계가 어렵고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불안감에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최대한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의 현황을 파악해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자가 만료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신원이 불확실하며 잦은 외국인 관련 범죄뉴스가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더욱이 그렇다. 특히 동남아권 사람들에겐 ‘똥남아’, ‘가난한 나라’, ‘청결하지 못한 나라’ 등의 수식어가 함께 붙으면서 차별 수위가 높다.
10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국제결혼을 한 크람칸솔몬토야(41세)씨는 불법체류자의 보건 및 의료문제에 대해 불법체류자를 대신해 대변했다. “불법체류자들은 마음대로 아프기도 힘들다”며 “한국의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 감기라도 걸려 병원에 방문하면 기본 5만 원에서 10만 원 이상이 나온다”면서 “그나마 최근에는 진주에 있는 사랑의 집에서 미등록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하고 있지만 함양과 거리가 멀어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람칸솔몬토야씨는 외국인 근로자 차별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그녀는 “비교적 한국에 비해 후진국이다 보니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들어오는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차별은 존재한다”며 “불법체류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신분에 약점이 있어 임금을 지불할 때가 되면 고용주가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위태로운 근무환경을 전했다.
한편, 진주에 위치한 사랑의집은 지역 병원들과 협약을 통해 간단한 의료지원을 하고 있으며 미등록 외국인을 대상으로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받고 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