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분재를 배우고 있습니다. 3월부터 2주 간격으로 수업이 이어졌는데 큰 아들 결혼식 등 다른 일정 때문에 5월에는 수업을 두 번이나 연달아 빼먹었습니다. 교육은 함양농업기술센터에서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하는 것이고 올해가 3년째라고 합니다. 현재 40명이 배우고 있는 이 강의는 인기가 있어서 선착순으로 교육생을 모집했는데 순위에 들지 못한 사람이 2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6월 수업 안내 문자가 들어왔는데, 목부작 소재를 준비해서 오라고 합니다. 국화 뿌리를 나무에 길게 붙여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침 수년 전 죽은 가죽나무를 베어놓은 게 있어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반들반들하게 그라인딩 하여 갔는데, 아뿔싸~ 내가 준비해간 소재는 서각하기에나 적합한 것이고 국화 뿌리를 붙일 목부작 소재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고사목 뿌리를 제대로 준비해왔습니다. 목부작은 소재가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앞에 수업을 빼먹는 바람에 준비를 잘못한 것입니다. 나는 임기응변으로 톱을 빌려 준비해간 가죽나무를 자르고 손을 본 뒤에야 겨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해마다 늦은 가을이면 함양군청 현관에서 국화전시회가 열리는데 정말 멋진 작품들이 많습니다. 볼 때마다 그 작품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부러웠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이렇게 배우면서 만들어 출품을 한 것이라네요. 물론 솜씨 좋은 금손들도 있겠지만 지도 선생님의 손길이 많이 간 작품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도 열심히 배워 올 가을에는 좋은 작품을 전시해보려고 합니다. 여태까지 국화는 대국 소국 두 가지로만 나눠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품종이 엄청 많습니다. 내가 배우면서 키우고 있는 것만 해도 해달강 외 5품종입니다. 이 보도 듣도 못한 이름의 국화들이 과연 어떤 색과 향기로 피어날지 기대가 큽니다. 전시회에 나갈 작품들도 시작은 손바닥만큼 작은 포트 묘 입니다. 포트에 심은 어린 국화 묘는 한 달 정도 키우면 가지와 잎이 무성해집니다. 그러면 조금 더 큰 포트로 옮겨 심고 가지를 한번 정리해줍니다. 국화는 삽목이 정말 잘 됩니다. 가지치기한 것들을 상토에 꽂아만 놓으면 뿌리를 내립니다. 올봄 긴 가뭄에 뙤약볕 아래에서 여건이 결코 좋지 않았는데도 하나도 죽지 않고 전부 뿌리를 내렸습니다. 어린 국화 묘 한 포트를 봄부터 이런 식으로 계속 삽목을 하면 늦은 여름까지 백배로 늘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삽목이 잘 되니 재미 반 욕심 반으로 잘라낸 가지는 모두 증식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100개 이상 만들었습니다. 물론 부지런히 물은 줘야 합니다. 이것들이 다 자라고 꽃이 피면 올 가을 우리 집 정원은 국화 향으로 넘치겠네요. 요즘 뒷산 뻐꾸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다고 하는데 백만 송이 국화꽃을 피우려면 뻐꾸기가 밤낮으로 얼마나 울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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