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근무자는 모두 업무에 능통한가. 능통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교직은 교육·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자격 취득 후 임용고사를 거쳐 발령을 받고, 행정직은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면 발령을 받는다. 그러나 선출직은 선거에서 뽑히기만 하면 직무에 투입된다. 선출직의 직무능력에 회의적인 이유는 관련직에 대한 전문교육과정 결핍에 있다. 특히 지역출신 기초의원은 태도와 자질과 경력이 어느 정도 짚이므로 군민이 선출했다는 민주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직무해결능력은 갖추고 있는지, 조직구성에 대한 통찰은 하는 것인지, 수행업무의 취지와 영향에 대해 심사숙고하는지,.. 따위의 의구심과 본분에 대한 인지 여부와 도덕성에 대해서도 이리저리 가늠한다. 기초의원의 수행직무를 잠시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의회를 주재하거나 참여한다/심의·의결 대상이 되는 의안을 발의한다/지방자치단체의 예산·결산을 심의·확정한다/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업무를 감사한다/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규범인 조례를 의결한다/지방자치단체 구성원을 의회에 출석시켜 시정질문을 한다’로 되어있다. 얼핏봐도 업무의 이해·분석·처리·해결 능력이 요구되는 내용인데 이에 따른 파생업무도 만만치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선출직 종사경험 유무를 막론하고 혹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부임 6조” 편, ‘제6조 집무 시작’의 첫부문을 보면 ‘새벽에 개좌하여 정사에 임하’는 태도를 기술하면서 ‘성첩(서명) 전에 사리를 따지고 이속이 만든 초안을 가져다가 윤색하여 문안을 다시 쓰도록 한다’고 했다. 그리고 ‘혹 의심스러운 것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수리와 담당 아전을 불러 자세히 묻고 조사하여 그 본말을 분명히 안 뒤에 성첩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일을 잘 아는 체하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여 어름어름 의심스러운 것을 그냥 덮어둔 채 문서 끝에 서명만 착실히 하다가 아전들의 술수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부언한다. 공직자들은 이런 상황을 익히 경험했을 것이다. 상신한 보고문서나 내부문서를 꼼꼼하게 살펴 처리하는 사람도 있지만 ‘서명만 착실히 하고’ 제대로 검토를 하지않아 문서의 내용이 어긋나거나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용어의 의미도 몰라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일은 직원들이 하고 자리만 차지한 꼭두각시라는 암암리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그런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등... 이런 인물이 되지 않으려면 신속한 업무파악과 자기교육에 부단해야 하고 본분을 다하기 위해 정진해야 한다. 외부로만 돌면서 엉뚱한 일에 눈을 돌리거나 하지 않아도 좋을 일에 열을 올려 구설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지방선거도 끝나고 집무가 시작되었다. “새벽에 개좌하여 정사에 임하”지는 않더라도 작은 권력에 취해 해서는 안되는 일을 기웃거린다면 좁은 지역의 여론은 삽시간에 험악해질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왈가왈부가 있기 마련이고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가 나오기 마련이다. 능력과 인성과 도덕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먼저 평評한다. 짧은기간 복무하면서 한치 앞을 못보고 직의 수행을 온당치않게 쓰면 민심은 거칠게 돌아선다. 지역의 선출직은 정당보다 인물 우선이다. 서로 뻔히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22년 지방선거 선출직에게 바라건대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삼국유사.경문왕설화)’가 상징하는 바를 깊이 새겨 ‘젯밥에 더 신경쓴다’는 평판은 돌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중에 불신이 만연했던 이유를 숙고하여 맡은 직에 대한 본분을 제대로 수행할 때 민심이 온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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