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 찾게 되는 시원한 음료, 그때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오미자청이다.
오미자청으로 만든 붉은 빛깔 음료는 눈으로도 맛으로도 더위를 날려 버린다. 함양에서 ‘오미자’ 하면 ‘백전 오미자’를 떠올린다. 달고 쓰고 시고 맵고 짠 다섯가지 오미자맛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백전오미자. 백전은 일교차가 심하고 고지대라 오미자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전오미자를 전국에 이름을 알린 일등공신은 백전면 대안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청햇골 오미자영농조합법인’이다. 2014년 법인이 세워질 때만 해도 모두가 의심했다. 많은 관계자들이 “혼자면 모를까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제조업은 단 한곳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청햇골오미자영농조합법인’은 생오미자, 오미자절임, 오미자청 제품을 전국에 통신판매하여 3억대의 연매출을 올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청햇골 오미자영농조합법인 대표 박영훈(69세)씨는 백전면 대안마을 이장이다. 1995년부터 8년간,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이장을 맡고 있다. 박영훈씨는 청년 시절 처음 과수농업을 배웠다. “내가 처음 배운 게 과수, 고종시 접사였죠. 오미자도 80년대 장수, 장계에서 종자를 구해와 묘포장에서 생산하여 함양에 처음으로 공급했어요” 전국적으로 오미자가 공급됐다. 너도나도 오미자를 심었다. 오미자로 돈을 번다는 소문이 퍼지자 백전에서도 오미자를 심기 시작했다.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전부 망했죠. 그땐 한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한 스무명씩은 있었는데 이후에 농사를 포기하고 모두 도시로 나갔어요”
이후 10년 전부터 백전면에 오미자작목반이 다시 조직됐다. 2014년 가공시설 지원을 받고 오미자청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오미자 소비는 꾸준히 지속되는 반면 생산이 줄어들어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처음엔 오미자를 못 팔아서 농협이며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애걸하고 부탁하며 팔았는데 지금은 오미자가 부족해요. 좀 더 심고 싶은데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요” 백전에서도 150여 농가에서 오미자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90여 농가로 줄었다. 청햇골 또한 당초 13농가가 참여했지만 지금은 6농가만 남았다. 모두 연로하여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고령으로 은퇴농가가 많아지고 냉해, 가뭄 등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고 없던 벌레도 많아져 점점 귀한 작목이 돼 가는 오미자. 하지만 오미자를 찾는 소비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미자가 기관지 천식에도 좋다고 하고 만병통치약이라 꾸준히 복용하면 병원갈 일이 없다고도 해요. 코로나 시기에도 꾸준히 판매가 이뤄졌죠”
은퇴농가가 늘어 생산량이 줄고 포장재나 설탕값이 상승하고 낡은 창고를 재건축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청햇골 오미자영농조합법인은 ‘함께 일하니 즐겁다’. “재미있어요. 회원들끼리 돌아가면서 부스도 운영하고 박람회도 가고 고객들 얘기도 듣고, 그게 재미죠” 박영훈 이장은 지난 엑스포가 열린 한달간 회원들이 교대로 부스를 운영했던 것이 즐거운 추억이었다고 말했다.
여름이 다가오니 오미자청 주문이 밀린다. 로컬푸드에서도 연락이 오고 전국에 탄탄하게 구축된 판로가 빛을 발하고 있다. 생오미자가 나오는 9월을 대비하여 회원들은 오미자청을 걸러내고 가공공장 청소도 말끔히 했다.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는 오미자씨를 이용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마을공동사업으로 소득을 올리며 특색있는 지역으로 이름을 알리는 백전면 대안마을에, 함께여서 멀리 가는 청햇골오미자영농조합법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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