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없으면 농사 짓지 못하는 상황”
경상남도 양파 생산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함양군은 최근 농번기에 접어들면서 일손부족 현상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함양군은 일손부족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 제한과 더불어 관내 노동인구 감소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에 베트남, 키르키스스탄 등의 나라와 MOU를 체결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유치 방안을 마련 중이며 이달 말 키르키스스탄에서 63명의 계절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시킬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결국 함양관내 노동인구 감소가 가정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며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농민들의 부담은 가중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계절 외국인 근로자 유입 계획에도 불구하고 함양 양파 농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함양에서 생산되는 양파는 대부분 중만생종으로 6월부터 한 달간 수확을 하고 같은 해 11월 파종을 한다.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시기가 1년에 6월, 11월 2달 정도이니 장기근속을 원하는 외국인들에겐 인기 대상이 아니다.
함양 인력중개사무소 관계자 A씨는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벌어 돌아가는 게 그들의 유일한 목적이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서 걱정이 없었지만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까지 왔다”면서 “군에서 매번 보여주기 식 일손 돕기 행사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소매를 걷어 올리고 농가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산업체 외국인 근로자(2~3년 체류), 농림부와 법무부에서 추진하는 계절 외국인 근로자(3~5개월), 국내 영주권자 가족 및 친인척 외국인 근로자(3~5개월) 등이 있다.
이들 중 농업분야에서 근로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계절 외국인 근로자와 영주권자 가족 및 친인척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자국에서 출국하기 이전 해당 근무지와 임금 등을 계약하고 출국을 한다. 그렇기에 양파 농가와 같은 짧은 기간에 인력이 필요한 농가들은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양파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기본 양파 뽑기 14만원, 꽈대기(양파 망을 옮기는 일)는 15~19만 원으로 천차만별이다. 뿐만 아니라 양파 한망을 옮기 때마다 임금을 인센티브식으로 지급하는 농가도 있다. 이렇듯 인건비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곳이 있다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수동면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B씨는 한창 바쁜 농번기에 언제 떠날지 모르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해 밤잠을 설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오늘 저녁까지 같이 잘 있다가 내일 되면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 일당을 올려 달라는 부탁을 수용해주지 않으면 가차 없이 떠나버린다”면서 “원하는 만큼 가격을 올려주면 남는 게 없고 정말 골치가 아프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양파 농가 C씨는 “자기들끼리 인터넷을 통해 소통을 하면서 100원이라도 더 주는 곳이 있다면 떠난다”며 “얼마 전에는 강원도에서 인건비를 높게 제시하니 함양에서 강원도까지 택시를 타고 갔던 경우도 있다”며 우려스러운 속마음을 나타냈다.
한편 10일 함양군은 일손부족 현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15개 양파 재배 농가를 방문하여 대대적인 농촌일손돕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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