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까지 말랐습니다. 비가 언제부터 안 온 건지 기억도 없습니다. 감자꽃이 피고 있지만 땅속에 감자가 달렸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밭에 관수 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호스로 물을 거의 매일 주고 있는데 작물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비가 한번 시원하게 내려야할 텐데 이렇게 비가 안 오기는 처음인 거 같습니다. 엄천강 물이 말라 이제는 강 여기저기 징검다리가 생기고 돌을 밟고 건널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고기도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희망사항이고 물고기가 그렇게 쉽게 잡혀주지는 않겠지요. 텃밭에 심은 호박, 수박, 참외, 고추, 가지, 토마토... 등등은 하늘을 원망하며 성장을 멈춘 듯합니다. 20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짓고 한 해 동안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을 먹었습니다. 외딴집이라 마을 상수도를 연결할 여건이 되지 않아 관정을 팠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뒷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을 모아 먹었습니다. 비록 작은 계곡이지만 물이 끊이지는 않았고 한 가족이 쓸 만은 했습니다. 문제는 비만 오면 흙탕물이 된다는 거지요. 별도의 정수시설이 필요했고 비용이 만만찮았습니다. 계곡에는 가재도 많이 있었네요. 이 계곡물은 한 해만 먹고 다음해 마을에서 새로 공동지하수를 파서 우리 집에도 연결이 되어 여태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 공동 지하수도 수시로 고장이 나서 문제가 많이 있기는 합니다. 며칠 전에는 마을 공동지하수 관정에서 콘트롤 박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단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이틀 동안 샘물을 퍼다 먹었답니다. 자동 센서를 수리하는 동안 수동으로 물을 퍼 올렸는데 설상가상 지하수도 많이 고갈되어있습니다. 이전에는 마을 탱크(30톤?)에 물을 채우는데 8시간 걸렸는데 이제는 24시간 이상 걸립니다. 우리 집은 다른 모든 집과 달리 고지대라 물탱크에 물이 가득차야 그 수압으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틀 동안 샘물을 날라 먹었답니다. 산골마을은 도시처럼 주택이 밀접해있지 않기 때문에 상수도 시설을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우리 집 위쪽에 있는 집들은 상수도가 연결이 되지 않아 농업용 관정을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농업용으로 판 관정이라 시설이 열악해서 수시로 고장이 납니다. 벼락 한번 치면 바로 고장이 난다고 합니다. 어쨌든 비용을 들여 집 옆에 물탱크에 물을 채워 겨우 사용하고 있는데 한겨울에는 탱크가 얼어 터지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별도의 공동지하수를 개발이 시급합니다. 가뭄이 이어지니 집 주변에 심은 꽃나무들도 활력이 없습니다. 지난 가을 집 주변 축대공사를 하면서 그동안 키운 정원수가 많이 손실되어 올 봄에 꽃나무를 새로 심었습니다. 그런데 올봄 이렇게 비가 안 올 줄 알았으면 가을에나 심을 것을 나무는 하루라도 빨리 심는 게 좋다는 생각에 올 봄에 심었더니 비가 안 와서 애를 태우네요. 세차라도 해야겠습니다. 세차를 하면 비가 온다니 세차라도 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차를 해도 올 것 같지 않네요. 예전에는 가물면 이런 우스개도 했는데 이번에는 우스개하며 웃어넘길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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