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아직 봄이긴 합니다만) 장미를 무려 열세 그루나 심었었기에 앞으로 장미를 더 들일 일은 없다고 믿었습니다. 삽으로 구덩이 파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요즘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건조하기 때문에 날씨 때문에라도 지금은 꽃나무를 심을 시기가 아닙니다. 심은 장미들은 대부분 꽃을 피우고 새 순도 올려 만족스럽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한 그루는 시들시들합니다. 플랜트 박스에 심고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가 하는 의심은 들지만 같은 조건의 다른 꽃들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노란 색의 덩굴장미인데 공교롭게도 지난해에도 심은 장미 중에 유일하게 노란 덩굴장미가 시들시들하다가 죽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노란 덩굴장미와 어쩐지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구덩이 파느라 허리가 아플 정도로 장미를 많이 심었기에 가꾸는 정보가 필요해서 검색하다가 장미 전문카페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이맘때에 이미 가입이 되어 있더군요. 아마 지난해에도 장미를 심고 정보가 필요해서 가입만 해놓고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요즘 사계 원예용으로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는 장미는 한번 피고 마는 것이 아니고 여름 늦가을까지 계속 피고지기 때문에 장미 전문카페가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물론 장미가 알아서 늦은 가을까지 피는 것은 아닙니다. 꽃을 계속 보려면 시든 꽃을 잘라주어야 합니다. 꽃이 시들고 씨앗이 맺히지 전에 잘라주면 씨앗을 만들 영양분으로 다시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시든 꽃을 잘라주는 일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꽃을 더 보고 싶으면 부지런을 떠는 수밖에 없지요.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핀 덩굴장미는 꽃은 잘라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도 해묵은 덩굴장미가 세 그루 있는데 높은 곳에 달린 꽃은 감 수확용 전지가위로 어렵게 잘라줍니다. 이렇게 종류가 많을 줄 몰랐습니다. 카페에 올라오는 장미 사진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세상에~이게 장미야~ 작약이야~ 꽃이 어쩌면 이렇게 크지?) 그리고 장미만 전문으로 육종, 연구하는 회사가 있는데 영국의 데이비드 오스틴이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장미 종류만 해도 200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카페에 올라오는 화려한 장미의 절반 이상이 이 회사에서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 육종된 장미도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제 장미 카페 게시글에 그동안 품절로 구입이 어렵다는 어떤 상품이 풀렸다는 글이 올라와 뭔가 싶어 들어가 봤더니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멋진 장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구경하다가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가 비우기를 반나절동안 반복했네요. 장미를 심을 장소는 있기 때문에 꼭 들여야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심는 게 좋긴 하지만 “또 샀어?” 하고 아내가 눈치를 줄 게 틀림없겠기에 망설여졌습니다. 결국 삽을 들고 심을 자리에 구덩이부터 팠습니다. 헐떡거리고 땀 흘리며 구덩이 다섯 개를 파고난 뒤 5그루를 주문했습니다. 이 더위에 나무를 심어도 괜찮을까 싶지만 카페 게시글을 보면 지금도 많이들 심고 있습니다. 남들이 하니 따라 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핑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심은 다섯 그루 장미가 나중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정원은 늘 그렇듯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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