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속도로를 운전하는데 대형트럭에 소형집을 싣고 운반하는 차량들이 줄지어 가는 것을 봤다. 차량 현수막에는 “강원도 산불 이재민 지원, 해비타트”라는 문구가 선명하였다. 잠시나마 누군가가 멋진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해비타트 운동(Habitat for Humanity)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이다. 해비타트는 “보금자리, 거주지”를 말한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집(house)이라는 건물을 짓지만 그보다 가정(home Family)을 일으켜 주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해비타트 운동은 1976년 미국 변호사였던 밀러드 풀러(Millard Fuller)가 창립하였다. 미국 39대 대통령 지미(Jimmy) 카터는 퇴임 후 해비타트 운동에 동참하며 건축봉사 활동을 통해 땀을 흘리며 이웃을 돕는 삶을 살았다. 밀러드 풀러는 성공한 백만장자였다. 매일매일 돈만 추구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돈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위기가 가정에 찾아오고, 자신의 삶에도 들이닥친 것을 알게 되었다. 백만장자의 삶이 오히려 참된 인생의 길에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풀러는 “이웃을 위하여 나누며 살자”하며 결단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운동이 “해비타트 운동”이다. 해비타트 운동은 그저 집을 지어 주는 운동이 아니었다. 정말 어려운 가정을 찾고 그 가족들과 함께 집을 짓는다. 함께 땅에 기초를 놓고, 함께 건축 자재를 나르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고생하며 집을 짓는다. 그리고 입주(入住)를 하고나면 끝이 아니었다. 내가 받은 만큼 또 다른 이웃에게 나눠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해비타트의 동역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내 시간을 나눠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 내가 남을 위해 땀 흘리고 수고하는 것이 해비타트 운동의 목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웃을 향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해비타트 운동을 통해 기억할 게 있다. 누구나 자신만을 향하는 이기적(利己的) 삶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이웃을 볼 수 없다. 이웃을 위해 땀 흘릴 수 없다. 바꿔 말하면 나 자신에게만 빠져 살아가기 때문에 참된 인생의 가치에서 멀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이타적이라 함은 자신의 행위의 목적을 이웃을 위한 선(善)에 두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이타(利他)는 이기(利己)의 반대되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이타적”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하는 것”으로서 나의 마음과 행위와 가치가 이웃을 향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 몇 날이 지나면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다. 많은 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하며 자신이 준비된 적임자라 소리치며 한바탕 요란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인 우리는 누가 이기적인지, 누가 이타적인지 살펴야 한다. 지방선거는 나를 향하고, 자신에게만 빠져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너를 향하고, 이웃에게 향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소중한 투표 한 장은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우리 고향을 바꿔놓는 자리다. 결국 평소에 쌓는 이타적 삶은 운명을 가른다. 새 역사, 새 시대를 여는 자리, 이것이 투표의 현장이다.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의 투영(投影)의 결과물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은 현란한 공약보다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명백해진다. 우리 함양지역과 군민을 대신하는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투표 현장이 실패를 성공으로 돌리고, 이기를 이타로 나가게 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유권자(有權者)여! 부디 현명(賢明)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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