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아픔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빈집·폐교 문제는 지방에서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특히나 인구 감소 위험에 노출된 소규모 군단위 농어촌 지역일수록 그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하다. 함양군의 현재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도권 밖에 있는 모든 지자체들이 이 골칫거리 빈 공간을 유의미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성공적인 사례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함양군 또한 다른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 등 관련 문제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인구 감소라는 파장으로 늘어난 빈집·폐교인 만큼 지방 인구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현재로 봤을 때 빈 공간이 지역에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간함양은 방치돼 왔던 빈집·폐교를 활용함으로써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현장들을 직접 방문해 변화의 과정을 들어보고 그 다양한 특색들을 탐색하면서 재활용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우리 지역에 남아있는 빈집·폐교2. 주민 모두가 예술인이 되는 공간 ‘문화아지트 빨래터’3. 빈집 활용으로 활기를 되찾은 ‘죽리마을’4. 폐교에서 특별한 공간으로 ‘오월학교’. ‘후용공연예술센터’ 주민 모두가 예술인이 되는 공간 ‘문화아지트 빨래터’ 아담한 농촌마을에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북 완주군 화산면에 위치한 수락마을이라는 22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의 한 빈집에서 시작된 이 흐름의 소식은 어느새 마을을 넘어 전국 곳곳에 전달되고 있는 중이다. 재생과 삶의 풍요로움을 실려 내보내는 곳, 바로 ‘문화아지트 빨래터’에서 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때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 소소한 사는 얘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었던 이곳은 이제 모두가 예술인이 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18년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리모델링된 ‘문화아지트 빨래터’는 주민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운영·관리하는 문화공간이다. 수락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화산면 주민들이 참여해 창조적인 활동을 펼쳐왔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문화공동체 설립으로 이어졌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나이 가리지 않고 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곳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운영 프로그램으로는 입주 작가와 함께하는 완주한달살기, 예술인 파견 사업, 쿠킹클래스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e배움터 평생학습, 방과 후 돌봄 등 교육·돌봄 프로그램이 있고 복날행사, 가을음악회 등의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하면서 과소한 농촌 마을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예술인과 마을 주민이 함께특히 완주한달살기는 완주문화재단이 진행하는 마을형 예술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사업으로 ‘문화아지트 빨래터’가 그 거점 공간 역할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입주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자유로운 개인 창작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주민들이 이들과 직접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작가, 마을 주민 모두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장으로써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미경 문화아지트 빨래터 대표는 “미술작가, 영화감독 등의 예술 분야의 분들이 찾아오셨다. 시골에서는 정말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공간에 작가분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주시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마치 영화제처럼 영화를 상영하고 보았던 영화에 대해 영화감독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인들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문화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민들의 문화 활동은 동시에 주민역량 강화와 인적자원 육성의 효과로도 이어진다. 일반 주민도 ‘문화아지트 빨래터’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예술인이 되고 나중에는 배움을 공유하는 강사 역할의 기회까지 갖게 되는 등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면서 진정한 문화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누구나 머물 수 있는 문화공간앞서 밝힌 것과 같이 이 모든 시작은 빈집의 재활용이었다. ‘문화아지트 빨래터’는 2020년 ‘제7회 생생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전라북도대회’ 농촌 빈집·유휴 시설 활용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빈집 활용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17년 단순 빵공방을 목적으로 해당 빈집을 구매했던 최미경 대표는 완주군에 문화재단이 생기고 재단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면서 문화 공간으로써의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최미경 대표는 “당시 여러 문화 프로그램들을 접해오면서 문화활동이 작가와 같은 예술인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다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와는 달리 이 화산면에는 문화 활동을 할 만한 공간이 없어서 고민 끝에 이 공간에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문화재단의 예술인들의 작업실 겸 주거 공간을 빌려주는 완주 한달살기 프로그램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경 대표는 ‘문화아지트 빨래터’와 함께 ‘화산에 빵긋’이라는 빵집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발생한 수익금으로 문화 사업 등 ‘문화아지트 빨래터’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빵집. 바쁜 일정 탓에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오히려 그 독특한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여러 SNS나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최미경 대표는 “문화 사업은 대게 수익과는 거리가 먼 사업이다. 공간을 유지하는 데 있어 약간의 경제적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고맙게도 저는 빵집이 잘 풀려서 안정적으로 문화 사업을 다시금 할 수 있는 상태”라며 “어떤 일이든 하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하고 제대로 이끌어 갈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빵집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의 문화활동 공간까지 책임지고 있는 최미경 대표는 미래에도 ‘문화아지트 빨래터’가 누구나 재미와 더불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문화 공유의 장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미경 대표는 “문화아지트 빨래터는 어느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다. 어느 날은 아무도 모르게 공간에 그림을 그려놓고 가는 분도 계신다”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화를 공유하면서 편안하게 머물고 재미를 느끼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최미경 대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화합을 바탕으로 다양한 세부적인 운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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