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을 떠나 있었던 1년을 제외하면 사십년 이상을 함양숙(宿) 함양식(食) 하며 살았다. 굵직굵직한 명승지가 우리 지역에 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주관적인 로컬여행을 기획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함양숙(宿) 함양식(食)’이었다. 함양에서 자고 함양에서 먹되 공정여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가까이 있지만 숨어있는 함양의 맛과 쉴 곳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을 통해 함양사람이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으로 회복하길 바란다.우리 고장 백전면은 50리 벚꽃길로 봄이면 많은 상춘객을 불러 모으는 벚꽃 명소이다. 벚꽃길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꽃이 지고 난 초록의 터널도 신사처럼 근사하고 멋진 길이다. 볼빨간 사춘기의 색을 지닌 오미자로도 유명한 곳이어서 가을에는 오미자축제로 흥을 돋우는 곳이기도 하다. 다섯 가지의 맛을 가진 오미자는 예나 지금이나 매실과 함께 국민음료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고장 백전면은 봄의 시작과 가을의 결실을 함께 하기 참 좋은 고장임에는 틀림없다. 50리 벚꽃길 끝자락에 아담하게 자라잡은 식당이 하나 있다. 내가 20대 였을 때부터 송정원은 버섯전골로 나를 초대했고 40대 후반이 된 지금은 버섯전골과 함께 원팀이 된 표고버섯 튀김이 나를 초대했다. 건물 내·외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송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정하고 포근하다. 점심 예약을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사장님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송정원이죠? 점심에 2명 버섯전골 예약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2명만 가는거라 버섯전골 주문하기가 미안하네요” “손님 2명이어도 버섯전골 주문 가능하십니다. 미안하긴요. 저희 가게를 찾아 주시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데요. 조심히 오세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사장님과의 기분 좋은 전화통화를 하고 나니 마음속에는 음식을 먹기도 전에 별이 다섯 개가 채워졌다. 우리나라 속담에 은근 우리가 주고 받는 말들에 대한 속담이 많은데 그만큼 관계 속에서 말이 중요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예약한 시간에 도착, 사장님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음식이 차려진 식탁 의자에 앉았다. “오전에 예약 전화 하셨던 분이 누구시죠? 아침에 손님의 친절한 전화를 받고 제가 기분이 너무 좋았답니다. 감사해요” 생각지도 못한 사장님의 칭찬이 쓰윽 들어왔다. “저도 사장님과 통화 하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저도 감사해요” 서로 우애좋은 형제처럼 칭찬으로 주거니 받거니... 예약 손님이 많아서인지 테이블마다 음식 세팅이 되어 있고 주방에서는 대형 압력솥의 추 돌아가는 소리가 주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찰칵찰칵 음식 사진을 찍고 주 메뉴인 버섯전골이 끓기 전이라 밑반찬부터 조금씩 맛을 봤다. 맛있는 향으로 대표되는 취나물무침, 갓 버무린 듯한 배추겉절이, 깔끔한 깍두기, 나의 최애 반찬 번데기조림, 지금이 한창 제철인 마늘쫑, 국민반찬 콩나물무침, 친구의 최애반찬 김무침. 골고루 맛보면서 대화가 무르익어 갈 때 버섯전골이 끓기 시작하고 국물 한 숟갈로 먼저 맛을 본다. 전골 국물은 짜지 않고 심심해서 좋았다. 버섯과 어우러진 소고기를 초간장에 찍어 먹는데 친구가 한마디 한다. “이집은 전골도 맛있고 심지어 초간장도 맛있네” 맛있는 식탁에서 대화가 이어지고 공기밥을 가져다 주시던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표고버섯 튀김은 미리 만들어 두면 눅눅해질 수 있어서 손님이 오시면 튀김을 시작해요. 함양에서 표고버섯 튀김 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맛있는 표고버섯 튀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더해져서일까. 표고버섯 튀김은 튀김의 느끼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나의 경우는 튀김을 하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튀김기름 처리하는 게 귀찮아서 자꾸 피하게 되는 요리이다. 그런데 송정원의 표고버섯 튀김을 맛보고 나니 귀찮아도 집에서 한번 도전 해보고 싶어진다. 버섯전골 냄비도 싹 비우고 표고버섯 튀김 그릇도 싹 비워졌다. 함께 간 친구의 밥그릇과 나의 밥그릇도 깨끗하게 비웠다. 나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때 주인에게 물어보는 게 두어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식당이름의 스토리이다. 오늘 들른 식당도 그 이름이 궁금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사장님이 알려줘서 알게 된 식당이름의 비밀은. 송정원의 가운데 글자인 晸(정)은 – 해 뜨는 모양 정인데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일부러 식당에 들어와서 물어보고 가기도 한단다. 소나무松, 해뜨는 모양 晸, 동산 園. 송정원식당은 이름으로도 손님을 오게 만드는 곳이었다. 푸드 칼럼리스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대박집도 맛이 차지하는 비율은 30프로이고 그 나머지 70프로는 맛이 아닌 다른 것이 차지한다고 한다. 식당의 분위기, 주인의 서비스, 종업원의 친절, 식당이름 등 심지어는 주방 구석진 곳에 있는 거미줄까지도 대박집의 비결이 될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사장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계속 들어오는 손님이 있어서 식당이름 스토리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혼자 홀 서빙을 하면서도 친절과 미소를 잊지 않으시고 손님 한분 한분에게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예전 식당에서 계산을 하시던 손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맛집을 찾아서 다니며 먹는 사람인데 음식이 맛없는 것은 참아도 불친절한 건 못 참는 사람입니다” 오늘 만난 송정원은 맛있는 식사와 함께 사장님의 친절함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고마운 사장님께 나오면서 인사를 건넨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tip식당 방문 전 미리 예약하는 센스를 발휘하길!시간이 넉넉하다면 송정원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백운산 산악도로를 타고 서하면으로 넘어와서 차한잔 하는 즐거움도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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